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2013년 인수한 음료업체 웅진식품을 대만의 식품회사인 퉁이그룹에 팔았다.

웅진식품, 대만 식품사 퉁이그룹에 팔렸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와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웅진식품을 퉁이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대상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웅진식품 지분 74.8%로, 거래금액은 2억2900만달러(약 26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웅진식품의 총 기업가치는 약 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퉁이그룹은 대만의 롯데로 불리는 식품유통업체다. 1967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은 3998억대만달러(약 14조6000억원)다. 대만 현지에서 미스터도넛, 세븐일레븐 등 미국, 일본의 유명 식품 프랜차이즈 회사의 사업권을 사들여 운영하고 있다.

퉁이그룹은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웅진식품을 인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중국에 진출해 라면과 과일음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상원 대표가 이끄는 한앤컴퍼니는 2013년 재무구조가 악화된 웅진그룹으로부터 950억원에 웅진식품을 인수했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약 4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동부팜가야, 대영식품 등을 추가로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인수 당시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웅진식품은 지난해 196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웅진식품이 2257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되자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한앤컴퍼니는 2016년 광고회사 엔서치마케팅을 KT와 나스미디어에 매각한 뒤 처음으로 투자 회사를 파는 데 성공했다.

매각 초기 관심을 가지던 국내 기업들이 입찰에 대거 불참했으나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대만의 왕왕그룹과 퉁이그룹 등을 인수 후보로 끌어들여 경쟁을 붙인 끝에 매각에 성공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올해 CJ그룹의 미국 DSC홀딩스 인수, 신세계그룹의 미국 굿푸드홀딩스 인수 등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에 이어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까지 성사시켰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