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향한 트럼프 메시지로 비핵화 협상 '중재역'에 더욱 무게감
"가장 결정적 고비"…북미정상회담서 '타임테이블' 도출 숙제
비정치적 상응 조치로 북한에 '비핵화 따른 보상' 신뢰 구축
先 김정은 답방 힘받은 문대통령, 북미정상회담 결실 조력 올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진력할 전망이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조기 답방에 한미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역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미정상회담으로 북미정상회담 전 김 위원장 답방 성사에 따른 부담·우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조기 서울 답방을 추진할 환경이 조성된 데는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서도 아주 긍정적 역할을 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에게 우호적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되면 '남은 합의를 마저 이행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답방 문제는 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김 위원장의 답방 성사에 무게를 싣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이 넓어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을 거쳐 북미정상회담에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쐐기를 박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장 결정적 고비는 역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라고 본다"고 한 문 대통령의 간담회 발언은 문 대통령이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을 비핵화 협상의 최대 전기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어야 할 핵심은 역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 북미 적대관계 청산 및 북한 체제 보장 등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언급하며 "2차 정상회담에서는 그에 대한 타임테이블을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한미가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과 현재까지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 사이의 견해차를 좁혀 비핵화 로드맵 합의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의 중재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숙제가 쉽게 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데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남북철도 연결을 비롯해 북한 내 이산가족 면회소 개·보수와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에 필요한 물자 반입 등이 모두 대북제재 협의 대상이라며 우회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데 필요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는 것이 꼬인 매듭을 푸는 선결 조건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비정치적 상응 조치'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상응 조치가 제재완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한미군사훈련 연기나 축소, 인도적 대북 지원, 스포츠·예술 교류 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는 북한을 향해 비핵화에 따르는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과정으로 읽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불가역적 상태에 이를 때까지 제재가 필요하다고 해왔으나 북한이 힘있게 비핵화를 추진하게 하는 상호 신뢰관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즉,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상응 조치가 당장은 이행하기 어려운 만큼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낮은 단계의 지원·교류를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유인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