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들 여전히 카드 결제 피해 호소
복구 지연 이유로 '동케이블' 꼽혀…복구율 10%
KT, 소상공인 대책 마련 분주

28일 오전 6시 30분. 화재가 발생한 충정로 아현지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커피숍에는 '카드 안 됩니다'라는 종이가 문 앞에 여전히 붙어있었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씨는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카드결제가 됐다 안 됐다 한다. 불안정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아현지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다른 상점의 상황은 달랐다. 해당 매장은 '카드결제 됩니다'라고 쓴 종이를 문에 붙여놨다.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월요일부터 카드결제가 됐다"며 "주변 상황을 고려해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붙여놨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근거리의 상점들이 KT 화재 복구 여부에 따라 '카드결제가 되냐, 안되냐'로 울고 웃는 상황이다. KT는 유무선 복구율이 90%를 넘었다고 발표했지만, 화재 복구에 대한 온도차는 여전히 큰 셈이다.

KT에 따르면 현재 화재로 손상된 동케이블의 복구율은 10%다. 모든 통신 설비 중 복구 속도가 가장 느리다. 동케이블이 구리로 만들어지다 보니 광케이블에 비해 무겁고 굵어서다. 이 때문에 화재로 손상된 동케이블을 관로에서 빼내는 작업을 단시간에 하기 쉽지 않다. 작업하는 사람들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아직 화재에 대한 합동 감식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화재 현장을 훼손할 수 없다는 점도 동케이블 복구가 더딘 이유로 꼽힌다.

또 집단상가 중심으로 일반 동케이블 유선전화를 광케이블로 전환하는 작업 진행 중이다. 무선 라우터 교체, 착신전환 서비스 제공, 동케이블의 광케이블 교체 및 직원 방문 등을 원하는 경우, 100번으로 전화를 주면 상담할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상공인 연합회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KT가 책임 있고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지 않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적절한 피해 보상을 위해 집단소송 등 공동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나아가 회선 해지 등 불매운동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