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명의 성명…"정상적인 보호 보장되지 않는 한 활동중단"
1993년 설립 자유주의 성향 연구소…시진핑 집권 후 비판 강화


중국의 자유주의 성향 민간연구소인 톈쩌(天則)경제연구소가 당국의 압박에 끝내 활동중단 선언을 했다.

톈쩌경제연구소의 모 회사인 '베이징 톈쩌연구소 자문 공사(베이징톈쩌자문)'는 26일 밤(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에 발표한 성훙(盛洪) 톈쩌경제연구소 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연구소의 활동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고 영국의 로이터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27일 보도했다.

FT는 톈쩌경제연구소의 활동중단 선언에 대해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맞물려 경제성장이 둔화함에 따라 중국 당국이 반대파에 대한 불관용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시진핑 비판한 중국 경제연구소 '톈쩌', 당국 압박에 활동중단
FT에 따르면 성훙 경제연구소장은 성명을 통해 "헌법과 법률에 의한 정상적인 보호가 보장되지 않는 한 톈쩌경제연구소 이름의 공적인 활동을 당분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베이징시 공상행정관리국은 지난 10월 베이징톈쩌자문에 대해 사업면허 취소 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톈쩌경제연구소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성명은 "면허 취소는 잘못된 목적과 잘못된 증거에 따라 이뤄졌으며, 잘못된 시점과 장소에서 집행됐다"고 비판했다.

성훙 소장의 성명은 11월 9일 자로 발표됐다.

성명은 베이징톈쩌자문에 대한 면허 취소 결정은 지난 10월 22일 자로 이뤄졌으며, 주주들은 10월 27일 회사 청산을 위한 팀을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톈쩌자문은 그러나 당국이 부과한 벌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재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베이징시 공상행정관리국은 지난 10월 초 베이징톈쩌자문이 허가된 사업영역을 벗어나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면서 사업면허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중국 당국은 지난 1일 미국 하버드대학 초청으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출국하려던 이 연구소 성훙 소장을 '국가안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출국 금지했다
1993년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마오위스(茅于軾) 등이 창립한 톈쩌경제연구소는 중국의 경제 자유화, 정치 민주화, 언론 자유, 법치주의 등을 위해 앞장서 왔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당국의 표적이 돼 왔다.

지난해 1월에는 허위 정보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톈쩌경제연구소의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계정을 폐쇄하기도 했다.

또 작년 10월에는 베이징의 본부에서 강제로 쫓겨났으며, 올 7월에는 새 본부에서도 강제 퇴거 조치를 받았다.

성훙 소장은 지난 10월 19일 자 FT의 중문판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이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에 관한 덩샤오핑(鄧小平)식 개혁·개방 노선을 포기할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