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 공동대표 "억만금보다 큰 기쁨"민중당 "대법원 판결 환영…사법 적폐 청산해야"민족문제연구소 "신일철주금 당장 배상…日정부, 판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3년 8개월 만에 승소했다는 소식에 시민사회단체는 마침내 정의가 되살아났다는 반응을 보였다.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후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30년간 일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싸워 온 사람으로서 정말 기쁘다"며 "이제야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인 이 대표는 "1억 원이라는 배상액을 떠나서 (이번 판결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며 "이번에 승소 판결이 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사법부는 어떻게 되고, 수십 년간 일본과 싸워온 피해자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그동안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위상을 되살리는 길이자 일제강점기 시절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일본과의 재판에서 이긴 적이 없는데 오늘은 승소해서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이 대표는 "억만금, 아니 그보다 더 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수차례 되뇌며 승소의 기쁨을 표현했다.그는 "대법원 대법정을 찾은 이춘식(94) 할아버지는 고령이라 귀가 어두워 판결 내용을 알아듣지 못했다"며 "내가 손을 꼭 잡으면서 알려드리자 그제야 "고맙네, 고맙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민족문제연구소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을 전면적으로 환영한다"며 "신일철주금은 판결에 따라 원고들에게 즉각 배상금을 지급하고, 제소하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아울러 "그동안 한일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해 온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강제노동 문제의 전면적 해결을 위한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 단체는 "4명의 원고 가운데 3명이 이미 돌아가셨고, 후속 재판의 원고도 모두 고령"이라며 "이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신일철주금은 즉각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민중당도 관련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선고를 환영한다"며 "오늘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것"이라고 밝혔다.민중당은 "이번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배소를 제기한 지 무려 13여년 만에 내려진 것"이라며 "이렇게 재판이 길어진 것은 양승태 사법부가 이 소송을 재판거래 대상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민중당은 "사법 적폐 세력이 어떻게 사법권을 농락했는지 오늘까지의 재판과정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사법 적폐 청산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국회는 청산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적폐 법관 탄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강제징용 피해 94세 이춘식 할아버지 "혼자 나와서 슬프고 눈물나" / 연합뉴스 (Yonhapnews)/연합뉴스
한일관계 악화 예상 속 범정부 차원서 신중 대응 예상외교부, 강제징용 관련 의견서 조사 시작·문책 나설듯외교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기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한일관계 파장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외교부 관계자는 30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과거 역사에 대한 해석과 이후 외교적 조치, 민간 경제 분야 등 여러 가지 측면이 섞여 있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다른 관계자는 "한일관계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북핵 외교를 제외하면 가장 역량을 쏟아야 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미 현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체결된 위안부 합의를 '잘못된 합의'로 규정하면서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가운데 이번 판결이 설상가상의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대응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특히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협상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차후 한일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해진 가운데 이번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주목된다.외교부 관계자는 "사법적 판단이 정치적 합의를 뒤집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외교적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대법원 판결에 대한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도 신중해졌다.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측의 반발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질문받고서 "정부로서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성을 일본 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그는 구체적인 정부 입장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곧 총리 주재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 입장을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답했다.외교부는 일단 저강도(로키)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정부 입장이 정해질 때까지 목소리를 낮추면서 별도의 설명을 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한편,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일본의 외교적 마찰 소지가 있는 이번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고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외교부 책임론도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외교부는 박근헤 정부 시절인 2016년 11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해결됐다는 취지의 일본 정부 입장을 부정하지 않는 취지로 법원에 의견서를 낸 바 있다.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교부가 법원에 제출한 정부 의견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의견서를 포함해 징용 자료 작성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외교부 자체적으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렇게 검토하고 (조사) 계획을 세우겠다"고 언급했다.이에 따라 외교부 내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와 함께 문책성 인사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연합뉴스
판결 후 담화 발표…"한일 우호관계 법적 기반 뒤엎는 판결"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30일 우리나라 대법원이 신일철주금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매우 유감이다.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이날 담화를 내고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양국과 국민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이번 판결은 한일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엎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노 외무상은 "한국에 국제법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즉시 강구하길 강하게 요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 보호라는 관점에서 국제재판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한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그 일환으로 외무성은 아시아대양주국에 '일한청구권 관련 문제대책실'을 설치했다"며 이 대책실을 중심으로 만전 대응 태세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고노 외무상은 이날 오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이번 판결에 대해 항의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