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카리스마 '뿜뿜'…30대 언니들이 돌아왔다
30대 여자 가수 두 명이 변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쏟아지는 아이돌 가수 속에 ‘우먼파워’를 발산하고 있다. ‘아시아의 별’ 보아(32)와 ‘발라드 여왕’ 린(37)이다. 데뷔 18년을 맞은 보아는 지난 24일 아홉 번째 정규음반 ‘우먼(WOMAN)’을 내놨다. 올해로 데뷔 17년차가 된 린도 25일 열 번째 정규 음반 ‘#10’을 발매했다.

보아는 이번 음반에 타이틀곡 ‘우먼’을 비롯해 ‘라이크 잇(Like it)’ ‘인카운터(Encounter)’ ‘리틀 모어(Little More)’ ‘너와 나’ 등 10곡을 담았다. 이 중 4곡을 작사·작곡했고 2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타이틀곡 ‘우먼’의 노랫말도 직접 썼다.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랑에 빠졌다가 홧김에 이별하고 일에 지쳐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 등 한 번쯤 가질 법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려고 했죠.”

보아는 음반 발매 당일 서울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서 연 쇼케이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규 음반을 예정보다 일찍 내놓은 그는 “다가오는 데뷔 20주년을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맞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많은 팬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열세 살에 가수 활동을 시작한 보아는 어느덧 30대 초반이다. 음반에 실린 ‘홧김에’와 ‘우먼’을 연달아 부른 그는 “30대가 되니 (춤을 추고 난 뒤) 힘들다”며 “10대, 20대 때와는 체력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며 웃었다. 이어 “10대 때는 박력이 넘쳤고, 20대엔 기술적인 면이 늘었다. 30대는 춤출 때 몸의 선이 여성스럽고 예쁜 것 같다”고 했다. 외적인 것 말고도 이번 음반에는 보아의 변화된 가치관이 녹아 있어 더 주목할 만하다.

“‘우먼’이라는 다소 민감한 단어를 제목으로 정하고 가사를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가장 중요하게 담으려고 한 건 내가 봐도 멋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상’입니다. 내가 바라는 여성상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특히 ‘우먼’에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 때문에 주눅 들거나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발전시켜 빛나게 하려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녹였습니다.”

보아는 2005년 다섯 번째 음반 타이틀곡 ‘걸 스 온 탑(Girls On Top)’에서도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싶어’라며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 보아는 “‘걸스 온 탑’이 소녀의 당당함이라면 ‘우먼’은 여성의 당당함”이라고 비교했다. 이어 “‘예전엔 여자다움을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내면이 강한 멋진 나인 걸’이라는 가사는 보아의 달라진 여성관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린의 정규 음반 발매는 2015년 내놓은 아홉 번째 정규 음반 ‘9X9th’ 이후 약 3년 만이다. 음반 발매 당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쇼케이스를 연 린은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밝은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내 목소리가 싫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린의 음색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기에 스스로도 사랑하려고 한다”며 “음원차트 1위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제는 문득 떠올라 찾아보면 신곡이 나와 있는, 늘 그곳에 있는 성실한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린은 이번 음반에 담긴 모든 곡의 노랫말을 직접 썼다. 덕분에 음반에 린의 색깔과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타이틀곡 ‘이별의 온도’는 가수 겸 작곡가 박새별과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별의 온도’는 애절한 정통 발라드 장르의 곡입니다. 익숙하지만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타이틀곡으로 정했어요. 10집 가수로서의 우아함이 녹아 있어요. 하하.”

첫 번째 트랙에 실은 ‘노래뿐이라서’는 힘들게 지내는 어린 친구들, 취업난에 힘겨워하는 팬들이 보내온 쪽지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그는 “위로할 수 있는 게 노래뿐이어서 미안하다는 내용인데,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린은 “이후로는 정규 음반을 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번 음악 작업이 힘들었다. 부담이 커서 불안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오래도록 음악을 해온 데 대해)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음악의 완성도나 성공 여부를 떠나 뭔가를 이렇게 오래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글=김하진/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