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달 중 캐나다 몬트리올에 일곱 번째 인공지능(AI)센터를 열고, 글로벌 AI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1단계 작업을 마무리한다. AI센터를 중심으로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동시에 연구소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관련 기술을 대거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 몬트리올에 AI센터…글로벌 '인공지능 네트워크' 촘촘해진다
◆글로벌 AI망 구축 일단락

삼성전자가 다음번 AI센터 입지로 점찍은 곳은 몬트리올이다. 이르면 이달 중 설립한다. 몬트리올 AI센터는 삼성리서치(SR) 소속 AI 전문 연구소로 출발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이곳에 세운 종합기술원 산하 AI랩과는 다른 조직이다. AI랩은 10명 안팎의 인원이 현지 대학교 등과 협업해 AI 핵심 알고리즘 등 기초·미래 기술을 선행 연구하는 조직이다. AI센터는 규모가 더 크고, 수행하는 역할도 다르다. 수십 명이 휴대폰 TV 가전 등 완성품(세트)에 3~4년 내 적용할 수 있는 상용 기술을 개발한다.

몬트리올 AI센터는 삼성전자의 AI 플랫폼인 ‘빅스비’의 ‘비전’ 기능을 끌어올리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빅스비 비전은 피사체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면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영어 간판을 카메라에 비추면 한글로 번역해 주고, 특정 제품에 갖다 대면 가격과 특장점 등을 알려준다. 몬트리올 AI센터는 빅스비 비전의 사물 인식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신개념 서비스를 추가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몬트리올 AI센터가 문을 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AI센터는 일곱 곳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설립한 한국 AI총괄센터를 시작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뉴욕에 순차적으로 AI센터를 열었다. 지역별로는 한국 외에 미국 캐나다 유럽에 각각 2개 거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세제 혜택 등 AI 육성 정책에 힘입어 캐나다가 ‘신흥 AI 성지’로 떠오른 점을 감안해 토론토에 이어 몬트리올에도 연구소를 세운 것”이라며 “작년부터 시작한 AI 글로벌 거점 확보 작업은 일단 마무리된 셈”이라고 말했다.

◆AI 인력 충원…M&A도 추진

AI는 바이오, 전장부품, 5세대(5G) 이동통신과 함께 지난 8월 삼성그룹이 선정한 4대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출발이 늦은 탓에 아직 톱 클래스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리더가 되기 위한 실행 전략을 담은 중장기 로드맵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방향은 두 가지다. 글로벌 AI센터를 중심으로 ‘천재급 AI 인재’를 포함한 전문 인력을 대거 확보하는 게 첫 번째다. 삼성전자는 일단 2020년까지 AI 엔지니어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000명 수준(국내 600명, 해외 4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번째는 실력 있는 AI 연구소 및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아예 인수하는 방안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삼성캐털리스트펀드, 삼성넥스트, 삼성벤처투자 등 3개 사내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자율주행차(AI모티브 오토톡스 이노비즈 테트라뷰) △로보틱스(잭라봇랩스 인튜이션로보틱스 리얼타임로보틱스) △헬스케어(코쿤캠 LVL) △컴퓨터 비전(룸닷에이아이 맨티스비전) △데이터 전송(키사) △사이버 보안(다크트레이스) 등 13개 AI 기업에 투자했다. 또 미국 AI 플랫폼 개발업체인 비브랩스와 국내 대화형 AI 서비스 스타트업인 플런티를 사들이는 등 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AI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기 위해 인재 영입과 M&A, 제휴, 스타트업 투자 등 가능한 모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미래 성장동력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