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音)’에 15초짜리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자석으로 전면과 후면을 붙여놓은 스마트폰 케이스였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전면부 케이스를 열어젖힐 수 있게 설계됐다. 연결 부위의 자석에서 나오는 자기장이 스마트폰의 성능을 떨어뜨리지만 동영상이 인기를 끌며 중소기업이 내놓은 이 스마트폰 케이스는 지난달 중국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 더우인의 힘이다. 여기서 인기를 끈 상품은 ‘더우인 밀크티’ ‘더우인 향수’ 등으로 별명이 붙으며 판매량이 급증해 현지 기업들도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더우인의 강한 파급력

2016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더우인은 만 2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억 건, 월 1회 이상 사용자 3억 명의 대규모 업체로 성장했다.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도 ‘틱톡’이라는 이름으로 진출했다. 더우인은 전체 사용자 20%가 중국 바깥에 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제치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글로벌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1위 뉴스 앱(응용프로그램)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의 서비스업체인 바이트댄스가 개발자 8명을 투입해 200여 일 만에 만들었다.

더우인의 가장 큰 특징은 짧은 시간에 많은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올라오는 동영상은 대부분 15초 이내로 제작됐고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미는 것만으로 다음 동영상이 재생된다. 동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화면을 밀면 된다. 내용은 일상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부터 감명을 주는 문장, 음식 제조법, 화장 방법 등 다양하다. 일반인들도 더우인 앱을 통해 쉽게 동영상을 올리고, 여기에 문구를 삽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가능한 일이다. 중국 포털에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8시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새벽 2시였다”는 등의 경험담이 줄을 잇는다. 중독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바이트댄스는 사용 90분이 넘어가면 경고문구를 표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새로운 마케팅 통로로 떠올라

이 같은 파급력과 중독성에 뉴스 앱으로 경험을 축적한 바이트댄스의 최적화 인공지능(AI) 기술이 더해지면서 기업은 더우인에서 원하는 소비자에게 자신의 상품을 알릴 수 있게 됐다. 더우인은 사용자가 본 동영상 목록은 물론, 시청 시간까지 계산해 원하는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

QQ밀크티는 더우인에서 각종 제조법이 공유되면서 수십 개의 경쟁 밀크티 브랜드를 꺾고 중국 시장 1위로 떠올랐다. 어떤 토핑을 올리고 어떤 성분을 첨가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맛이 더우인 동영상을 통해 공유됐다. 샤부샤부 브랜드 하이디라오도 더우인에서 각종 제조 방법이 공유되면서 위생 문제에 따른 지난해 매출 하락에서 회복했다. 한 향수 제품은 향수가 뿌려지는 모양이 명품 브랜드 샤넬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더우인 향수’로 불리며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과일을 씻고 물만 따로 버릴 수 있는 과일 세척 바구니도 더우인을 통해 흥행했다. 동영상이 아니었으면 사용 방법도 생소했을 아이디어 상품이다.

중국 내 기업들은 더우인 내 마케팅을 위해 따로 스터디를 할 정도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1주일간 하루 한 시간씩 팀원들과 더우인을 들여다보며 효과적으로 상품을 알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나 포털에서처럼 인기 사용자에게 협찬하거나 의지하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게 더우인 마케팅의 특수성이다. 15초 동안 상품만 집중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초기에 눈길을 끌지 않으면 사용자는 다음 동영상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더우인에서 눈길을 끌 만한 제품을 고민하는 등 여러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