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빨래를 너는 여인’은 점묘기법을 활용한 가장 탁월한 걸작으로 꼽힌다. 평범한 여인이 잔디밭에 앉아 있는 딸을 바라보며 빨래를 너는 모습을 포착했다. 여인에게 가을 빛의 영롱한 색을 입혀 작품 분위기를 거의 성화에 가깝게 묘사했다. 윤곽이 흐릿한 인물과 점묘로 이뤄진 몽롱한 채색은 마치 꿈속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짤막하면서도 약간 휘어진 곡선 모양으로 붓놀림을 하고, 가끔은 십자 형태로 교차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색을 칠했다. 눈병으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피사로가 창밖으로 보이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