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성공하지 못했던 미국 의약품 시장에 연매출 1000억원대의 국내 중소 제약사가 도전한다. 개량신약의 강자로 떠오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다. 신약보다 ‘똘똘한’ 복제약으로 선진 시장의 틈새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신약 안부러운 복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복제약에서 한 단계 나아가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 복용 횟수를 줄이거나 여러 개의 약을 복합해 한 알만 먹어도 되는 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다.

유나이티드제약, 복제약 들고 美 시장 '출사표'
미국 시장을 공략할 무기도 오리지널 제품을 복제한 항암제다. 항암 분야를 택한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기회도 많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전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330억달러(약 150조원)에서 2022년 2000억달러(약 23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미국 항암제 시장은 연평균 약 12~15% 성장해 2022년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내년 완공하는 세종 신공장에서 항암제를 생산해 수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일 미국 제약사 아보메드와 비소세포폐암에 쓰이는 항암제 ‘페미렉스(성분명 페메트렉시드)’및 시스플라틴 2종의 미국 허가, 유통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아보메드는 신약후보물질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외부에서 도입한 물질의 임상시험과 기술이전, 상업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제약사다.

유나이티드제약, 복제약 들고 美 시장 '출사표'
아보메드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복제약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미렉스가 폐암치료제 블록버스터인 일라이릴리의 ‘알림타’를 복제한 제품으로 시장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양사는 제품 발매 시 연간 약 1255만달러(140억여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허가 이후 최소 7년 판매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5년간 6200만달러(약 7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가약 이미지 벗을까

유나이티드제약, 복제약 들고 美 시장 '출사표'
미국 진출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하는 선진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을 통과해야 한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10억원을 투자해 세종2공장(사진)을 첨단 설비를 갖춘 항암제 전문공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내년 공장을 완공하고 2021년 FDA에 제네릭 의약품목허가 신청(ANDA)을 하는 게 목표다. 1년간 실사를 마치면 제품 발매는 2022년 2분기부터 가능하다.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제외하고 FDA 허가를 받은 복제약은 휴온스의 생리식염수 주사제와 리도카인 주사제뿐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FDA 허가를 받는다면 품질 낮은 싸구려 취급을 받던 국산 복제약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항암제뿐만 아니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세레테롤’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이 제품도 GSK의 오리지널 제품을 복제한 것이지만 흡입기를 자체 개발해 사용 편의성을 개선했다. 전 세계 흡입기 시장은 GSK와 베링거인겔하임이 장악하고 있어 가격을 낮춘 복제 제품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국내에서는 개량신약으로 신약 부럽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다. 소화불량치료제 ‘가스티인CR’은 하루에 한 번 먹어도 되는 국내 최초의 모사프리드 성분 서방형 제제로 출시 1년 만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했다. 지난해만 107억원어치가 처방됐다. 항혈전제 실로스탄CR을 비롯해 개량신약 매출이 급증하면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올해 매출은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