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전문투자자’ 등록을 검토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 일반투자자보다 인기 사모펀드에 더 쉽게 가입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투자자가 되면 예탁금을 내지 않아도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는 등 여러 혜택도 따른다.

◆등록 절차 간소화

"이참에 전문투자자 등록해볼까"… 규제 완화로 관심 갖는 자산가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을 통해 전문투자자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전문투자자로 등록하려면 금융투자상품 잔액 5억원 이상, 연소득 1억원 이상이거나 총자산 10억원 이상으로 금융투자협회에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턱이 높다 보니 전문투자자 자격을 보유한 개인은 2000여 명에 불과하다. 전문투자자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개편안에선 증권회사 등 금융투자업자가 자체 심사를 통해 전문투자자를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자격요건도 낮출 예정이다. 류국현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금융투자상품 잔액, 총자산 등의 기준을 내릴 것”이라며 “완화폭은 미정이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로 전문투자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 청약을 권유할 수 있는 기준은 49인 이하로 유지된다. 일반투자자가 사모펀드에 실제 투자하는지와 관계없이 상품 설명을 49인에게까지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투자자에겐 무제한으로 청약을 권유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 투자 기회를 놓치는 일이 잦았던 자산가들이 전문투자자 등록에 나설 것”이라며 “프라이빗뱅커(PB)들은 전문투자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사모펀드 투자를 권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투자자 혜택은

전문투자자가 되면 인기 사모펀드에 가입할 기회도 많아진다. 현재 타임폴리오, 라임자산운용 등 인기 운용사의 펀드는 새 상품이 나오면 가입하려는 고객 자금이 지점마다 대기하고 있어 가입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투자자 수 제한이 100명 이하로 늘어나더라도 일반투자자 가입은 49인 이하로 유지된다. 나머지는 전문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전문투자자는 일반투자자에 비해 더 여유롭게 상품을 비교해가며 가입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나 코넥스시장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도 전문투자자 등록을 고려해볼 만하다. 전문투자자가 되면 같은 기업에 200만원, 연간 500만원인 크라우드펀딩 투자한도 제한에서 자유로워진다. 기본 예탁금 1억원을 내지 않아도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자산가들이 전문투자자 등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재테크시장이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사모펀드의 투자 규모는 상품당 100억~500억원 선으로 공모펀드의 10분의 1 안팎이다. 덩치가 작은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사전에 정해진 수수료만 받는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올린 수익 가운데 10% 안팎의 금액을 성과보수로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생각보다 전문투자자로 등록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 규모 등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자산가도 상당수 있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투자자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과 소유자산 규모 등을 기준으로 금융투자협회가 심사 후 자격을 부여한다. 사모펀드, 코넥스시장, 파생상품 등 위험이 따르는 투자상품에 접근할 기회가 일반 개인보다 훨씬 많다. 법정 금융회사와 금융투자회사, 연기금 등도 전문투자자로 분류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