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나온' 70대 할머니· 도심 외국인관광객 등 각양각색 명절 풍경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인 24일 시민들은 차례를 지내거나 여행을 가는 등 각자의 사정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연휴를 보내고 있다.

24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은 당일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아침부터 북적였다.

최근 추세인 '역귀성'으로 서울에 왔다가 돌아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신화영(45) 씨는 고향으로 내려가는 시부모 손에 벌꿀 선물세트를 쥐여 드리며 "애 아빠가 오늘 출장이라 부모님들이 이렇게 올라와 주셨다"며 "원래 우리가 가는 게 맞는데 서울로 오셔서 2박 3일 연휴를 쇠고 오늘 가신다"고 말했다.

문현준(21) 씨는 "고등학생 동생과 둘이 청주의 외가로 간다"며 "수능을 준비하는 다른 여동생과 여동생을 돌보는 부모님은 서울에 남아 계실 예정"이라면서 동생과 함께 보자기로 싼 과일 상자를 품고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에서 차례를 마친 이환영(78) 씨는 경북 성주로 향하는 성묘길에 올랐다.

그는 "자녀들은 알아서 일정을 소화하라고 했고, 나는 장남이라서 성묘하러 간다"며 "작년에 차를 끌고 갔더니 8시간이나 걸리길래 올해는 버스를 탄다"고 말했다.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선 '명절'하면 떠오르는 전통의 선물 포장인 금색 보자기가 눈에 자주 띄었다.

시민들은 햄, 참치, 세정 용품 등 각종 선물세트를 들고 바쁘게 오갔다.

KTX 부산행 하행선은 이날 오후 6시 전까지 입석을 제외한 모든 승차권이 매진이었고, 상행선은 오전 10시 이후 표가 아예 없었다.

서울 중부소방서는 인파 속 사고를 우려해 서울역 안내데스크에서 응급의료소를 운영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강순자(61) 씨는 40년째 명절마다 김해에서 서울로 온다고 했다.

강 씨는 "구순 시어머니가 서울에 사셔서 매년 추석과 설날에 서울로 온다"며 "어제 종일 음식 장만하고 해서 몸은 피곤하지만 올라온 김에 자식들 만나고 하니 기분은 좋다"고 웃었다.

올해 6월 결혼하고 처음 명절을 맞아 시댁에서 이틀간 지냈다는 박모(27) 씨는 "시댁이 차례를 지내지 않고 가족 식사 외에 크게 집안일이 없어서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면서도 "오늘 친정에 가는데 가서 좀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명절이면 으레 나오는 물가 걱정도 들려왔다.

영등포역에서 만난 최모(49) 씨는 "마트에서 장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물가가 무서워서 선물은 좀 줄였다"면서도 "1년 만에 친정에 가니 설렌다"고 웃었다.
고속도로와 철로가 붐비는 사이 서울 시내는 한산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은 노점상과 몇몇 관광객을 제외하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산에서 올라온 박진옥(31) 씨는 "어제 비행기로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올라왔다"며 "오늘 경복궁, 덕수궁, 시티투어버스, 한강크루즈 등 서울여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미국인 관광객은 "애틀랜타에서 갓 대학을 마치고 놀러왔다"며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끝나고 의복을 입어보는 체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휴를 차례와 성묘 등 행사로 보내는 대신 여행과 휴식으로 채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울역의 한 60대 부부는 커플 등산복을 차려입고 "차례나 벌초는 미리 다 해뒀다"며 "우리는 평소 주중에 일을 해서 이럴 때 말고는 놀러 갈 시간이 없다"며 경주행 열차에 올랐다.

경복궁에서 보라색 한복을 차려입은 김연아(71) 씨는 "원래 차례를 지내는데 오늘은 남편 등은 집에 두고 놀러 도망왔다.

송편도 원래 직접 빚는데 이번엔 시장에서 샀다"고 힘차게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