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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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현빈은 꽃미남이다. 2003년 KBS 2TV '보디가드'로 데뷔했을 때부터 남다른 외모로 주목받았고, 1년 만에 MBC '아일랜드'로 주연을 꿰찼다. 이후 MBC '내 이름은 김삼순',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 SBS '시크릿 가든' 등 드라마 흥행 메이커로 활동했다.

그랬던 현빈이 2013년 군 전역 후 달라졌다. 성난 등근육을 뽐내며 군주 정조를 연기했던 영화 '역린'을 시작으로 북한 경찰 '공조', 사기꾼 '꾼'까지 선 굵은 연기와 다채로운 캐릭터로 외모를 뛰어넘는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19일 개봉하는 '협상'도 최근 현빈이 보여줬던 작품 선택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협상'은 경찰과 인질범의 급박한 협상 과정을 다룬 작품. 현빈이 연기하는 민태구는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 무기 밀매업자다. 극 초반 이유도, 목적도, 조건도 밝히지 않고 인질범을 벌이면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인물이다.

현빈도 '협상'을 택한 이유로 "새로움"을 꼽았다. 현빈은 "지금까지 안 보여줬던 부분이 있었다"며 "이종석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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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구는 현빈이 연기하는 첫 악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가 극 중 설명되긴 하지만 현빈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쁜 행동을 하니 악인은 맞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악인이라는 이유로 '협상'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창궐' 출연을 결정한 상태. '협상'에 출연하게 되면 휴식 시간도, 준비 기간도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협상'을 택한 이유에 대해 현빈은 "작품 색이 너무 달라 두 작품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작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작품을 하는 건 아니에요. '협상' 개봉 후 한 달 만에 '창궐'이 개봉하고, 11월엔 드라마(tvN 새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예정돼 있지만 이렇게 시기가 정해진 것도 최근 일이에요. 1년에 많이 해도 두 작품 정도 하는 거 같아요."

캐릭터 자체의 매력뿐 아니라 상대역 손예진도 캐스팅에 영향을 미친 요소였다. 그리고 손예진에 대한 믿음은 "작품을 마친 후 더 커졌다"며 "다음엔 꼭 더 밝은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는 소망도 숨기지 않았다.

현빈이 손예진과 호흡에 아쉬움을 느낀 건 '이원 촬영'으로 촬영이 진행되면서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며 연기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 현빈과 손예진은 각자의 모니터를 보면서 상대방과 호흡을 맞췄다. 처음 경험하는 촬영방식이었지만 현빈은 "점점 익숙해지고, 재미도 있었다"고 촬영 과정을 떠올렸다.

"분명 이질감은 있었어요. 작은 모니터에서 상대의 호흡, 행동을 찾아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그리고 제가 촬영한 장소도 굉장히 작았어요. 그 장소에서 최대한 다른 화면을 만들기 위해 의자 위치도 바꾸고, 자세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했죠. 총, 담배 등 손에 드는 소품들도 계속 바꿔서 들고요. 나중에 올라가 봤는데 예진 씨가 촬영했던 곳은 넓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있는 쪽으로 다들 안 내려왔나 봐요.(웃음)"
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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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촬영 환경이었지만 현빈은 "즐거웠다"고 거듭 강조했다. 욕설 연기, 악한 행동도 "평소에 하지 않는 것이라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평했다.

쉽지 않았던 촬영을 마친 후 현빈은 곧바로 '창궐' 준비에 돌입했다. 그리고 한 달 보름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섰고, 그 후엔 곧바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촬영했다. 현빈은 "일이 바빠 연애도 못했다"면서 "지금은 연애 생각도 없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멜로 연기는 하고 싶다"면서 작품으로 인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금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멜로를 하고 싶어요. 현실적인 멜로, 제 나이에 맞는 멜로, 이런 작품을 아직 못 만난 거 같아요. 사실 대중들이 원하는 지점이 로맨틱 코미디라는 건 알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시청률도 잘 나왔고, 많은 사랑도 받았고요. 그렇지만 조금은 배신하더라고 하고 싶은 걸 보여 드리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 중간 지점을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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