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해저케이블 생산 기지
카타르 수출 100㎞ 선적만 한달
신재생 에너지 바람에 수요 확대
유럽 기업들과 '4강 체제' 구축
공장에서 300m가량 떨어져 있는 동해항으로 해저케이블을 옮기는 모습은 지역에서도 ‘장관’으로 꼽힌다. 케이블이 공장 천장에서부터 동해항까지 자동으로 운반되는 모습이 마치 청룡열차가 움직이는 것 같아서다. 8.4㎞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을 운반선에 선적하는 데만 꼬박 3일이 걸린다. 고경로 LS전선 해저개발팀 부장은 “카타르에 수출됐던 100㎞ 길이의 해저케이블은 선적에만 꼬박 한 달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 도서 지역의 도시화, 신재생 발전 확대 등에 힘입어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생산 기술이 빛을 보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 전력청과 국내 최초로 해저 케이블 공급 계약(약 620억원 규모)을 체결했다. 최근엔 말레이시아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주문을 따내기도 했다. 동남아는 경제 발전과 도시화, 관광지 조성 등으로 인해 신규 전력망 구축 작업이 활발하다. 특히 섬이 많은 지역 특성상 해저 케이블 수요가 높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해상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바람을 타고 해저 케이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LS전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상과 해저 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의 개발·시공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2008년 국내 최초로 생산 기지를 동해안에 구축했다. 처음엔 유럽, 일본 등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컸다. 기술자들이 밤샘 작업을 하며 설비 국산화에 몰두했다. 동해사업장에 있는 수직 연합기도 해외 장비 사진을 보고 기술자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 업체들은 경쟁에서 밀려났고, LS전선은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아, 스위스 ABB 등 유럽 기업들과 ‘4강 체제’를 구축했다. 고 부장은 “중국 전선 업체들이 최신 기술인 해저 케이블·HVDC 부문과 미래 기술인 초전도 케이블 분야에서는 LS전선과 10년 가까이 격차가 난다”며 “전선 사업은 안전성이 중요해 유럽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입찰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동해=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