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뷰어] 블랙베리 '키투', 누르는 손맛 지우는 부족한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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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 떠오르는 쿼티 키보드
누르는 손맛과 모든 기능 집약해 편리함 강조
다만, 이외 장점 찾아보기 힘들어
손떨림 방지, 방수·방진 기능 등 세세함 아쉽
누르는 손맛과 모든 기능 집약해 편리함 강조
다만, 이외 장점 찾아보기 힘들어
손떨림 방지, 방수·방진 기능 등 세세함 아쉽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컴퓨터가 막 도입되던 초등학교 시절. 방과후 학습으로 컴퓨터를 배웠던 적이 있다. 항상 먼저 들어와 했던 일은 '한컴 타자연습'이었다.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중략)
항상 긴 글로 타자 연습을 하곤 했는데, 그 중 가장 만만했던 것이 '메밀꽃 필 무렵' 이었다. 손에 충분히 익어서 타자 치는 손놀림이 빨라졌음에도, 메밀꽃 필 무렵 소설 문장을 신나게 쳤다. 이유는 단지 키보드를 누를 때 나는 '탁탁탁탁' 소리가 좋아서였다.
블랙베리 '키투'(Key2)는 이런 '손 맛'을 떠올리게 한다. 키투가 주는 쿼티 키보드 감성은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낸다. 쿼티 키보드는 묘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 쿼티 키보드를 쥐고 이리저리 누를 때 '탁탁탁탁'하는 그 묘한 재미.
키투는 모든 장점을 쿼티 키보드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베리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싶다. 쿼티 키보드에 모든 기능을 집약시켜놔서다.
우선 단축키 기능이다. 내가 자주 들어가는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자주 거는 전화번호 등을 자판 버튼 하나만 누르면 들어갈 수 있도록 해놨다. 예를 들어 키보드 'B'를 누르면 남동생한테 전화가 갈 수 있도록 설정해 두는 것이다. 'F'는 페이스북으로 바로 갈 수 있도록 해도 된다.
쿼티 키보드에는 터치 기능도 있다. 키보드를 쓸어주면 화면을 터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글을 읽다가 위로 올리고 싶을 때 쿼티 키보드를 아래로 쓸어내린다던지, 앱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고 싶으면 좌우로 키보드를 훑으면 된다. 사진을 찍을 땐 스페이스바를 쿡 누르니 촬영이 됐다.
하지만 블랙베리 키투의 장점은 딱 거기까지다. 전에 쓰던 아이폰이 간절하게 생각날 때가 많았다. 아이폰만 사용했던 기자는 쿼티 자판에 적응하는 일 조차 쉽지 않았다. 영어↔한글로 전환하는 일 조차 어려웠다. 쿼티 키보드가, 빨리 메시지를 전송해야 할 때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성능 또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스마트폰의 첫 인상이나 마찬가지인 디스플레이부터 답답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기자는 동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데, 키투를 눕혀 가로 동영상을 시청하면 화면이 축소된다. 풀스크린을 지향하는 스마트폰 트렌드와는 대치되는 점이다. 풀 스크린의 스마트폰만 쭉 사용했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답답해보일 수 밖에 없다. 블랙베리 키투의 전면 또한 4분의 1정도가 쿼티 키보드이기 때문에 좁아보이는 역효과도 나는 듯 하다.
스피커 성능도 다소 아쉽다. 하단에 위치한 모노 스피커의 음질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다. 키투로 알람을 설정해놨는데,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깼던 경험이 있다. 사진을 찍을때 나는 '찰칵' 소리도 다소 크다. 조용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민망할 수 있다.
또 블랙베리 키투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다. 사진을 찍을 때도 온통 집중을 하고 찍어야 한다. 방수기능도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물가나 목욕탕 등 습기가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이 블랙베리 키투를 고려한다면,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스플레이나 스피커 등의 성능 때문에 그렇다. 블랙베리 키투는 전반적으로 시대의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역으로 말하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물론 중저가 브랜드인 블랙베리 키투를 프리미엄급 스마트폰들과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 키투의 다소 떨어지는 성능들에 대해 지적하는 이유는 타사 중저가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편의 기능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서다.
블랙베리 키투는 보편적이지 않다. '블치병'(블랙베리+불치병의 줄임말로, 블랙베리 마니아들을 비유하는 말)에 걸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론리어댑터'(Lonely Adapter, 마이너 트렌드를 고수하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들을 위한 스마트폰이란 생각이다.
블랙베리 키투는 그런점에서 타깃층이 분명한 제품이다. 알란르준 블랙베리 모바일 글로벌 대표는 키투 출시를 두고 "특정 요구를 필요로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한국 시장을 결코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의 홍수 속에 쿼티 키보드가 주는 감성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블랙베리 키투를 추천한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중략)
항상 긴 글로 타자 연습을 하곤 했는데, 그 중 가장 만만했던 것이 '메밀꽃 필 무렵' 이었다. 손에 충분히 익어서 타자 치는 손놀림이 빨라졌음에도, 메밀꽃 필 무렵 소설 문장을 신나게 쳤다. 이유는 단지 키보드를 누를 때 나는 '탁탁탁탁' 소리가 좋아서였다.
블랙베리 '키투'(Key2)는 이런 '손 맛'을 떠올리게 한다. 키투가 주는 쿼티 키보드 감성은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낸다. 쿼티 키보드는 묘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 쿼티 키보드를 쥐고 이리저리 누를 때 '탁탁탁탁'하는 그 묘한 재미.
키투는 모든 장점을 쿼티 키보드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베리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싶다. 쿼티 키보드에 모든 기능을 집약시켜놔서다.
우선 단축키 기능이다. 내가 자주 들어가는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자주 거는 전화번호 등을 자판 버튼 하나만 누르면 들어갈 수 있도록 해놨다. 예를 들어 키보드 'B'를 누르면 남동생한테 전화가 갈 수 있도록 설정해 두는 것이다. 'F'는 페이스북으로 바로 갈 수 있도록 해도 된다.
쿼티 키보드에는 터치 기능도 있다. 키보드를 쓸어주면 화면을 터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글을 읽다가 위로 올리고 싶을 때 쿼티 키보드를 아래로 쓸어내린다던지, 앱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고 싶으면 좌우로 키보드를 훑으면 된다. 사진을 찍을 땐 스페이스바를 쿡 누르니 촬영이 됐다.
하지만 블랙베리 키투의 장점은 딱 거기까지다. 전에 쓰던 아이폰이 간절하게 생각날 때가 많았다. 아이폰만 사용했던 기자는 쿼티 자판에 적응하는 일 조차 쉽지 않았다. 영어↔한글로 전환하는 일 조차 어려웠다. 쿼티 키보드가, 빨리 메시지를 전송해야 할 때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성능 또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스마트폰의 첫 인상이나 마찬가지인 디스플레이부터 답답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기자는 동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데, 키투를 눕혀 가로 동영상을 시청하면 화면이 축소된다. 풀스크린을 지향하는 스마트폰 트렌드와는 대치되는 점이다. 풀 스크린의 스마트폰만 쭉 사용했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답답해보일 수 밖에 없다. 블랙베리 키투의 전면 또한 4분의 1정도가 쿼티 키보드이기 때문에 좁아보이는 역효과도 나는 듯 하다.
스피커 성능도 다소 아쉽다. 하단에 위치한 모노 스피커의 음질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다. 키투로 알람을 설정해놨는데,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깼던 경험이 있다. 사진을 찍을때 나는 '찰칵' 소리도 다소 크다. 조용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민망할 수 있다.
또 블랙베리 키투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다. 사진을 찍을 때도 온통 집중을 하고 찍어야 한다. 방수기능도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물가나 목욕탕 등 습기가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이 블랙베리 키투를 고려한다면,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스플레이나 스피커 등의 성능 때문에 그렇다. 블랙베리 키투는 전반적으로 시대의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역으로 말하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물론 중저가 브랜드인 블랙베리 키투를 프리미엄급 스마트폰들과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 키투의 다소 떨어지는 성능들에 대해 지적하는 이유는 타사 중저가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편의 기능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서다.
블랙베리 키투는 보편적이지 않다. '블치병'(블랙베리+불치병의 줄임말로, 블랙베리 마니아들을 비유하는 말)에 걸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론리어댑터'(Lonely Adapter, 마이너 트렌드를 고수하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들을 위한 스마트폰이란 생각이다.
블랙베리 키투는 그런점에서 타깃층이 분명한 제품이다. 알란르준 블랙베리 모바일 글로벌 대표는 키투 출시를 두고 "특정 요구를 필요로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한국 시장을 결코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의 홍수 속에 쿼티 키보드가 주는 감성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블랙베리 키투를 추천한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