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0위(자산 기준)인 현대중공업그룹이 22일 현대삼호중공업을 분할·합병하고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하기로 한 것은 지주회사 출범에 따른 공정거래법 저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는 증손회사(현대미포조선)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전부 팔아야 한다.

또 증손회사(현대미포조선)는 자회사(현대중공업) 지분을 보유해선 안 된다. 지난해 4월 지주사를 설립한 현대중공업그룹은 2년 내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끝내야 한다.
현대重, 지주사 체제 '마지막 퍼즐' 완성… 조선 계열사간 시너지 낸다
◆지주사 규제 어떻게 해소하나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손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다. 이어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를 쥔 현대삼호중공업 투자회사를 자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합병한다. 이렇게 되면 증손회사였던 현대미포조선이 손자회사로 편입돼 손자·증손회사 간 지분 문제가 해결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까지 분할·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순환출자 해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다. 증손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3.9%를 현대중공업지주가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로 한 이유다.

순환출자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미포조선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3.9%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할 것을 결의했다. 이번 매각으로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27.74%에서 31.64%로 높아진다. 향후 정부의 지주사 규제 강화 정책에 대응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조선·정유화학’ 성장 두 축

이번 분할·합병으로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체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두면서 조선부문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대형 선박을 건조해온 현대삼호중공업과 중형 유조선 및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 중형 선박을 짓는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과 정유화학 사업을 두 개의 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작년 37조원인 그룹 매출을 2022년까지 70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린다는 목표다.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지주사는 70% 이상, 자회사는 30%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주주 친화 경영’ 계획도 공개했다. 작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33.81%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불거졌던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결해 그룹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조선부문의 현대중공업과 정유화학부문의 현대오일뱅크 등 사업별 중간 지주사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