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화백의 ‘여름 설악’.
김종학 화백의 ‘여름 설악’.
한여름의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릴 시원한 그림을 모은 이색 경매가 마련됐다. K옥션이 오는 29일까지 ‘경매장으로 떠나는 피서’와 ‘미(美)-시대를 수놓은 여인들’을 테마로 자사 홈페이지에서 여는 ‘자선+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다.

작고 작가 이대원 권옥연 변시지 김흥수를 비롯해 정상화 김종학 박영선 박각순 김일해 임응구 김호걸 이태길 등 국내 인기 화가들의 그림과 고미술, 고악기, 고급 시계를 합한 227점(추정가 20억원)이 출품됐다. 입찰가는 시중보다 20~30% 낮췄다. 중저가 그림이 필요한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주부, 직장인, 학생 등이 모바일 혹은 온라인을 통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김종학의 ‘여름 설악’이다. 원색의 꽃 무더기와 녹색 숲, 새, 벌, 태양이 어우러져 청량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시원한 이미지가 화면에 가득 펼쳐져 마치 설악의 여름 풍경에 빠져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경매는 7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단색화의 거장’ 정상화의 작품 ‘무제’는 거친 마티에르(질감) 가운데 느껴지는 푸른색의 강렬함이 마치 한여름 푸른 강에 얼음이 얼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피톤치드 향이 가득한 수목원의 우거진 숲을 그린 변시지의 ‘풍경’, 얼음에 갇힌 식물 줄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박성민의 ‘아이스 캡슐(Ice Capsule)’도 보는 사람의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자태를 순진무구한 붓질로 그려낸 권옥연의 ‘소녀’, 박각순의 ‘S양’, 박영선의 ‘누드’ 등은 우아미와 세련미가 조화를 이루며 청량감을 더해준다. 고미술품으로는 수복강녕의 염원을 바탕으로 제작한 ‘동자신선도(童子神仙圖)’와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청화진사도형연적’이 눈길을 끈다.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기금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마련한 자선 경매에도 유명 기관이 보내온 작품과 문화상품권 등이 다수 출품됐다.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기증한 김성철의 ‘12각 주병과 잔’을 비롯해 예올에서 기탁한 옹기 아름 반상기, 플라멩코 댄서 이혜정의 공연권, 주얼리 스페셜리스트 윤성원의 주얼리 컨설팅 클래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기업 멤버십과 광고권, 서울국제음악제 예매권,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예매권 등이 나와 있다.

경매는 28일 오후 4시부터 10점씩 5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출품작은 서울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