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으로 만든 리보핵산(RNA)으로 질병 발현 유전자를 차단하는 신개념 치료제가 등장했다. 지난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온파트로(성분명 파티시란·사진)’가 주인공이다. 온파트로는 RNA 간섭(RNAi) 기술로 개발된 세계 최초의 치료제다. 체내에 주사하는 것만으로 특정 유전자를 교정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온파트로를 시작으로 RNA 기반 기술을 이용한 혁신 치료제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20년 만에 탄생한 RNAi 치료제

온파트로는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RNA 간섭 기술 보유 전문 제약기업 앨나이램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했다. 희귀병인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 환자에게 쓰인다. ATTR 아밀로이드증은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단백질이 심장, 신경계 등 여러 장기에 축적돼 감각장애, 심장질환, 안질환, 신장질환, 갑상샘질환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병이다. 세계적으로 5만 명이 앓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온파트로는 RNA가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생성되는 과정에 간섭하도록 설계됐다.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억제해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과 심장 등의 조직에 축적되는 것을 막는다. 환자 225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에서 근력, 감각, 반사, 자율신경 등 다발성신경병증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냈다.

배리 그린 앨나이램 회장은 “온파트로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의약품”이라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RNAi 치료제가 질환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고트리브 FDA 총괄책임자도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치료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에 작용하는 진일보한 약물”이라고 평가했다.

◆희귀 유전병도 치료 가능

RNA는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조절에 관여하는 올리고핵산이다. 몸 속 세포들의 전령 역할을 하면서 DNA가 각종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게 만든다. RNA 간섭이란 이중 나선 구조의 RNA가 특정 유전자 발현을 막는 것을 말한다. 크레이그 멜로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와 앤드루 파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1998년 이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해 200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후 RNA 간섭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되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RNA 구조를 바꿔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 생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체 의약품이 항공기라면 RNA 치료제는 미사일에 비유되는 이유다.

RNAi 치료제는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와 함께 3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단백질에 작용하는 기존 바이오 의약품과 달리 단백질 생성 이전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기존 기술로는 표적이 불가능했던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신약 개발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도 가세

RNAi 기반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은 올릭스, 올리패스, 바이오니아 등이다. 올릭스는 짧은 간섭 RNA(siRNA)를 기반으로 비대흉터 및 켈로이드 치료제(OLX101)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특발성 폐섬유화증 및 폐암 치료제(IPF1)를 전임상 중이다. 올리패스는 안티센스 기반 기술로 통증치료제와 관련한 ‘SCN9A’를 개발하고 있다. 온파트로의 원료의약품 공급 업체로 에스티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RNA 기반 치료제는 그동안 약이 없었던 희귀질환과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개발이 어렵고 약값이 수억원에 이른다. 온파트로의 연간 치료비는 약 45만달러(5억여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RNA 기술을 갖추고 있다면 다양한 신약 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