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에 유리한 증거 제출은 당연한 의무…소홀히 해 인권 침해"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 빼고 기소한 검사…법원 "국가가 배상"
검사가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객관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신상렬 부장판사는 재판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국가는 2천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 게임장의 게임기 기능을 불법 변경했다는 혐의로 2014년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는 A씨가 게임기 변조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했고, 2심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기를 확인한 결과 등급분류를 받은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감정한 것을 근거로 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 이와 같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감정 결과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회신받은 내용이었고, 구속영장 청구서와 검찰 송치 기록에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검사는 게임장 직원의 진술 등을 근거로 A씨를 기소했고, 그 과정에서 감정 결과는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감정 결과는 항소심 재판부에서 사실조회 회신을 받은 이후에야 증거로 활용됐다.

무죄가 확정되자 A씨는 "검사가 이미 감정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기소할 때 증거에서 배제함으로써 고의로 은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검사의 증거 제출 누락 행위는 합리적이라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객관 의무를 위반했다"며 "그러므로 검사가 소속된 국가는 객관 의무를 위반한 구속기소와 공소유지 행위로 피고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설령 그 증거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하더라도 우선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후 증명할 일이지, 아예 '판단의 대상'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검사는 객관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126일간 구속된 피고인의 무고한 인권을 침해했고, 항소심이 사실조회를 하기 전까지 감정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의 정도가 적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2천만원의 위자료를 책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