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세계 정보기술(IT)업체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미국 애플의 영업이익률을 처음으로 앞섰다. 다만 애플과 직접 경쟁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수익성은 애플에 크게 뒤져 삼성 내부의 위기감은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31일 2018회계연도 3분기(올해 4~6월)에 매출 532억6500만달러(약 59조9400억원), 영업이익 126억1000만달러(약 14조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동기에 비해 0.04%포인트 하락한 23.68%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거둔 영업이익률 25.43%보다 1.7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4~6월)에 매출 58조4800억원, 영업이익 14조8700억원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률이 미국 애플을 추월한 것은 이번(4~6월)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년 전만 해도 애플에 10%포인트 이상 뒤졌지만 지난해부터 격차를 줄이더니 올 2분기 역전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가 애플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애플은 세계 정보기술(IT) 업체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2016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집계한 ‘최고의 영업이익률 글로벌 상위 20개 기업’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한 제조업체 가운데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성적표를 대하는 삼성 경영진의 마음은 편치 않다는 후문이다.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전체 사업의 수익성은 좋아졌지만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휴대폰 사업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올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가 속한 IM(IT·모바일) 사업부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2조6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4조600억원)에 비해 34.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3.5%에서 11.1%로 2.4%포인트 하락했다. 스마트폰 사업만 따져보면 영업이익률이 애플(23.6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계 스마트폰 업체의 맹추격을 받고 있지만 애플은 휴대폰 사업의 이익을 늘려가는 반면 삼성은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엇갈린 운명, 고가 전략으로 애플은 날아올랐지만 삼성은 가라앉았다’는 분석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둔화에 대응해 지난해부터 고사양 스마트폰을 비싼 가격에 출시한 결과 애플은 기존 충성고객을 유지했지만 삼성전자의 일부 고객은 중국 업체 등으로 이탈했다는 내용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