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자회사로 둔 애경그룹이 다른 항공사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항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외국인 불법 등기이사 등록 사실이 드러나 면허 취소 위기에 놓인 진에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1일 “저가항공사가 계속 늘어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항공사 매물이 나오면 가격을 따져보고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룹 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제주항공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2005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 LCC업계 1위(매출 기준)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9963억원, 영업이익 1013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선 애경그룹이 관심을 두고 있는 항공사가 어딘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회사는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다.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의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청문회를 진행 중이다. 청문회 결과에 따라 진에어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제주항공이 진에어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주력 기종이 같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는 기종마다 정비할 수 있는 면허가 다르다”며 “다른 기종을 들여오면 정비 인력을 새로 교육시키거나 채용해야 해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노선 확대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35대는 모두 보잉 737-800이다. 이 기종은 최장 비행 시간이 6시간으로 짧아 단거리 노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진에어가 보유한 중장거리용 보잉 777-200(4대)을 확보하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진다. 보잉 777-200은 인천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할 수 있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도 M&A 대상으로 꼽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부채가 자산(8조5000억원)의 약 86%(지난 1분기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 항공기를 쓰는 데다 기종도 다양하다”며 “제주항공이 인수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