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국군 기무사령부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대표를 향해 ‘성(性) 정체성’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여당이 강력 반발하는 등 기무사 파동이 8월 임시국회 여야 정쟁의 단초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은 전날 기무사가 과거 민간인 사찰은 물론 대통령의 통화내용까지 감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관련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 제보들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임 소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해 구속된 전력이 있고,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데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과 임 소장은 어떤 관계인지 밝혀라. 군사기밀 문서가 어떻게 인권센터로 넘어갈 수 있었는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기무사 대응문건도 제출해 달라고 군 당국에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유독 군 인권센터를 통해 군 내부기밀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경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국방위 간사인 백승주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기문란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가 공식회의 석상에서 특정인의 성 정체성까지 문제삼자 성 소수자 차별 논란이 벌어지는 등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임 소장은 이날 오후 즉각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당의 대표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시정 잡배가 하는 소린지 처음 듣고 믿기지 않았다”며 “우리 국민들 중 많은 (성) 소수자들이 있는데 그들을 보수가 안고 가야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무사 관련 제보를 독점적으로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군 인권관련 단체가 국내에서 우리 뿐”이라며 “기무사 건은 군 관련 수 많은 제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