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은 9일 제3대 이사장에 김정수 제이에스앤에프 대표이사 회장(67·사진)을 선임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신임 이사장은 한양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와 제주방송 이사를 지냈다. 한국과 중국에서 테디베어 뮤지엄을 운영하는 제이에스앤에프 회장을 맡고 있으며 무학오페라단장 겸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러시아 현대음악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곡이 있다. 김대승 감독의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주인공 이병헌과 이은주가 함께 왈츠를 추던 장면에 등장했던 ‘재즈모음곡 2번 중 왈츠2’다. 이 곡은 스탠리 큐브릭이 1999년 선보인 할리우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과 잭 스나이더 감독의 2016년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도 나온다. 3박자 왈츠 리듬 속에서 주제 선율을 연주하는 트럼펫의 슬라브풍 애수가 무겁게 반복된다. 곡 중반부터는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류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왈츠 멜로디가 이어진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왈츠 곡에 20세기 러시아의 시대적 슬픔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이 곡은 ‘20세기 베토벤’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쇼스타코비치를 유명하게 해줬지만 한편으론 아픔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평소 재즈에 관심이 많았던 쇼스타코비치는 1920년대의 화려함과 퇴폐적 경향이 묻어난 ‘재즈모음곡 1번’을 작곡했다. 하지만 재즈를 부르주아 문화로 간주했던 스탈린 정권 치하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결국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붉은 군대를 연상시키는 ‘재즈모음곡 2번’을 만들게 된다.쇼스타코비치는 이미 16세 때 큰 규모의 실내악곡을 완성했을 정도로 천재였다. 열아홉 살에는 완성도 높은 첫 교향곡을 작곡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음악계의 평가는 공산체제의 ‘어용 음악가’와 ‘내부 반항자’로 갈리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1997년 다큐멘터리 ‘스탈린에 저항한 쇼스타코비치’에서 “스탈린의 지속적인 탄압이 그를 더욱 위대한 작곡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그의 음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시대의 희생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권 친화적인 음악을 창작한 어용 성향의 작곡가였다”고 주장한다.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소심한 그의 성격 탓에 자신의 정치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겉으론 공산체제 입맛에 맞는 작곡을 했지만 속으로는 저항했다”며 “평가는 갈리지만 그의 곡 대부분이 암울했던 당시 러시아 시대상을 담아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한국 음악계의 관심은 올해도 이어진다.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가 잇따라 쇼스타코비치 작품을 연주한 데 이어 올해는 롯데콘서트홀이 4회에 걸친 쇼스타코비치 시리즈를 마련했다. 다음달 11일 첫 번째 무대에선 KBS교향악단이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11번을 연주한다.피아니스트 이진상과 트럼페터 성재창이 협연하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쇼스타코비치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그는 이 곡으로 1927년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는 물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마지막 악장에 나타나는 론도(주제부 A 사이에 삽입부 B, C를 끼고 되풀이되는 형식), 프로코피예프 혼성곡을 전 음역에 걸쳐 인용했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그가 21세 때 작곡한 아주 특이한 곡으로 그의 곡 중 피아노와 트럼펫을 동시에 연주하는 협주곡은 이 곡이 유일하다”며 “피아노 바로 옆에서 서포트하는 트럼펫 덕분에 곡 전체가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해 듣는 재미가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교향곡 11번은 ‘1905’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러시아 혁명의 시발점이 된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을 4악장에 걸쳐 ‘기승전결’의 흐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흐루시초프가 ‘평화 공존론’을 제창하고 스탈린을 본격적으로 비판하면서 이른바 ‘해빙기’가 시작된 해인 1956년 작곡에 착수해 1957년 9월에 완성됐다. 이 곡으로 쇼스타코비치는 레닌 훈장까지 받았다.지휘를 맡은 최희준 지휘자는 “교향곡 11번의 모든 악장은 중간에 쉼 없이 계속 연주된다”며 “통상 전곡 연주에 한 시간 이상이 걸려 지휘자는 물론 오케스트라에도 큰 도전이 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5월11일 공연을 시작으로 쇼스타코비치 시리즈는 6월1일, 11월2일, 12월4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어진다.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지휘자 정명훈(64)이 내년 8월 KBS교향악단을 20년 만에 지휘한다.22일 KBS교향악단이 공개한 내년 공연 일정표에 따르면 정명훈은 내년 8월 23~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악단을 지휘한다.정명훈의 KBS교향악단 지휘는 1998년 3월 일본 연주회 이후 20년 만이다.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은 이날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지휘자 출연료 및 티켓 판매 수익 전액이 사회단체에 기부되는 특별 공연으로 열린다.정명훈은 2015년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를 사퇴한 이후 현재 특정 오케스트라에 소속돼있지 않다.정명훈 앞선 인터뷰에서 "더는 어떤 악단에서도 상임 지휘자 역할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연합뉴스
러시아의 20세기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정권 아래 예술과 생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스탈린은 예술가들을 내세워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려 했고 당대 최고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는 여기에 동원돼야만 했다. 그의 개성적이고 과감한 음악 세계에 억눌린 듯한 그늘이 있는 이유다. 음울하면서 난해하기까지 한 그의 곡들은 국내 무대에서 쉽게 연주되는 레퍼토리도 아니었다.◆“난해하지만 화려하고 생동감 넘쳐”하지만 분위기가 크게 반전되고 있다. 한국 클래식계가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빠졌다고 할 만큼 공연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오는 8월 한 달 동안에만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가 잇따라 쇼스타코비치 작품을 연주한다.이런 분위기는 올초부터 감지됐다. 서울시향은 지난 3월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 취임 연주회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선보였다. 10월 내한하는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이 곡을 연주한다. 9월에는 역시 서울시향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을 들려줄 예정이다.양창섭 서울시향 공연기획팀장은 “쇼스타코비치 작품은 다소 난해하지만 공연장에서 들으면 훨씬 화려하고 생동감 넘친다”며 최근 연주가 많은 배경을 설명했다. 음악가들이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이고 싶을 때 쇼스타코비치 음악을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관객 선호도와 관심도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양 팀장은 “5년 전 국내 클래식계에서 말러 붐이 일면서 관객의 레퍼토리가 크게 확장됐다”며 “말러 곡과 느낌은 비슷하면서도 더 음울하고 다소 과격한 음향을 즐기고 싶어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많이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8월에 만나는 쇼스타코비치서울시향은 다음달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의 해학: 하이든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를 통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쇼스타코비치는 15편에 달하는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의 대표작인 교향곡 5번이 스탈린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더 화려하게 작곡했다면 1번은 전혀 다르다. 1번은 그가 19세 때 작곡한 것으로, 순수함과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시향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삐딱하게 비틀고 풍자와 위트까지 녹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지휘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한누 린투가 맡는다.KBS교향악단과 코리안심포니는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1주일 간격으로 무대에 올린다. 이 곡은 그가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며 쓴 작품으로, 스탈린 시대가 막을 내린 뒤에야 가까스로 발표됐다. 곡의 길이나 내용이 교향곡에 필적할 만큼 규모가 크다. KBS교향악단은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날카로운 회색빛 감성과 고전주의를 향한 회고적인 경향이 함께 나타난다”고 곡을 설명했다.KBS교향악단의 공연은 다음달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지휘는 요엘 레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가 한다. 코리안심포니는 다음달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스타코비치&엘가’를 공연한다. 정치용 인천시향 상임지휘자가 함께한다. 2015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이자 정경화의 제자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텔 리가 협연한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