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연구소 "가격규제는 부작용 야기…카드사간 경쟁유도가 최선"

우리나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해외와 비교했을 때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규제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가격 규제는 최소화하고 카드사 간 경쟁 유도가 최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5일 '국내외 카드네트워크의 이해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외 카드네트워크를 비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국내외 가맹점 수수료율을 분석하기에 앞서 국내외 카드네트워크가 다른 점을 짚었다.

우리나라는 카드발급과 전표매입을 겸하는 카드사, 가맹점, 카드회원이라는 3당사자 체제인 반면 해외는 카드발급사와 카드 매출에서 발생하는 채권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매입사가 분리된 4당사자 체제가 다수다.

4당사자 체제에서는 비자, 마스터카드와 같은 카드브랜드사가 카드 발급사와 매입사를 연계한다.

해외에도 3당사자 체제가 없지는 않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해외의 대표적인 3당사자 구조 카드사다.

4당자 체제에서는 매입사가 발급기관에 주는 정산수수료, 발급·매입사가 카드브랜드사에 주는 네트워크수수료, 매입사가 가맹점으로부터 챙기는 매입사 수익 등이 전체 가맹점 수수료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해외보다 낮아"
윤 연구위원이 이 정산수수료, 네트워크수수료, 매입사 수익을 더한 값을 추정한 결과 가맹점 수수료율이 2.28∼3.26%로 나왔다.

또 3당사자 구조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해 기준 2.43%였다.

국내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이 2.08%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해외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윤 연구위원은 호주의 사례를 들어 가격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호주에서는 도매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정산수수료를 규제해 일부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 혜택이 주로 대형 가맹점에 돌아가고 신규 카드브랜드사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며, 규제에 따른 손실을 카드회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는 신용카드 시장이 양면시장의 성격이 띠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고 윤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양면시장은 카드 고객과 가맹점과 같이 상호 이질적인 집단이 플랫폼(카드결제서비스)을 통해 상호작용해 상대방의 시장 참여 규모에 의해 영향을 받는 시장을 의미한다.

플랫폼 제공자인 카드사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 정부 규제로 가맹점 수수료가 내려가면 카드회원의 비용을 올릴 수 있다.

카드회원 비용을 올리는 것은 기존에 회원에게 줬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거나 카드 대출 관련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카드회원이 감소하고 카드 결제가 줄어 전체 신용카드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는 낳는다.

윤 연구위원은 "가격 규제는 예측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가격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카드사 간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이 궁극적으로 최선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