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분쟁, 국내 경기침체 우려… 국고채 금리 연중 최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일 연중 최저치인 연 2.09%대로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미국·중국 간 무역 분쟁과 국내 경기침체 우려로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확산된 결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3%포인트 내린 연 2.093%에 마감했다. 작년 12월20일(연 2.087%) 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용·물가 등 경기지표가 잇달아 좋지 않게 나오면서 한은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선반영했던 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국내 경기가 좋아 한은이 이른 시일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 상승하고, 그 반대인 경우 하락하거나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날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저치인 연 2.334%에 마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1.5% 올라 한은 목표치(2.0%)를 크게 밑돌았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와 국제 유가 상승에도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왔다는 건 소비경기가 그만큼 위축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선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한은이 이달이나 다음달 중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5월 취업자 증가 수가 201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뒤론 ‘연내 기준금리 동결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작년 말 이후 줄곧 ‘한은이 연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달 ‘연내 동결’로 공식 의견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이달 11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6월 고용 동향’과 이튿날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한은도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바꾸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이 결정되면 국채 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