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 정상을 밟은 방탄소년단이 이번에는 빌보드 싱글차트 10위에 올랐다. K팝 그룹이 빌보드 싱글차트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현지시간) 빌보드가 발표한 싱글차트 순위 ‘핫 100’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의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10위에 랭크됐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3집 발매 기자회견에서 “‘핫 100’에서는 28위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 10위권에 꼭 들어보고 싶다. 그다음에 1위를 꿈꿔보자고 생각했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핫 100’에서 한국 가수 최고 성적은 2012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기록한 7주 연속 2위다.

빌보드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 뒤엔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있다. 빅히트엔터에도 소속 가수가 여럿 있지만 돈을 벌어주는 그룹은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빅히트엔터는 비상장사지만 세계 최정상 그룹을 보유한 회사여서 이들의 수익 구조와 외형 성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美 빌보드 점령한 방탄소년단 광풍… 음반 2~3장 내면 매출 500억 '가뿐'
빅히트엔터가 방탄소년단을 통해 지난해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24억원, 325억원이다.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이다. 전년도보다 각각 162.3%, 213.5% 증가했다. 올해는 실적은 더욱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빅히트엔터 매출이 지난해보다 최소 500억원 늘어난 140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도 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탄소년단 하나만으로 빅히트엔터가 어떻게 이 같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대형 연예기획사가 소속 가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경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앨범 등 제품 판매수익을 비롯해 음원수익, 공연수익, 출연료 수익, 광고수익 등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앨범은 272만 장가량 팔렸다. 2013년 데뷔 당시 6만 장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앨범 가격을 장당 1만5000원으로 잡으면 앨범으로만 약 408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여기에 방탄소년단 연관 상품으로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빅히트엔터의 2017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관련 제품 판매 매출은 약 464억원이다. 전체 매출(924억원)의 50% 가까이 되는 규모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의 국내 음반판매량 중 마지막 앨범이 150만 장을 차지했다”며 “올해 2~2.5장의 앨범을 낼 경우 350만 장까지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 예상대로라면 방탄소년단은 음반(525억원), 굿즈(150억원) 등으로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콘서트 등도 빅히트엔터의 매출 효자 창구다. 2016년 50억원에 불과했던 공연 매출은 지난해 세 배로 증가한 15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16.2% 수준이다. 공연 티켓을 평균 10만원으로 봤을 때 3000명 이상 관중을 동원하는 공연을 연 40회 이상 해야 가능한 수치다. 데뷔 2년차이던 2014년 단 9회 공연을 한 방탄소년단의 지난해 공연 횟수는 41회다. 3년 만에 5배 가까이 됐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콘서트 누적 관객 수가 55만 명에 달했던 데다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기록해 북미 및 유럽 콘서트 미니멈 개런티(출연료)가 회당 5억~10억원 수준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 20회의 콘서트로도 올해 150억~200억원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방송 및 각종 글로벌 행사 참여를 통한 출연료 매출 역시 2016년 21억원에서 지난해 93억원(지난해 매출의 10%)으로 증가했고, 2016년까지 13억원이던 광고 매출도 지난해 62억원을 기록했다.

빅히트엔터가 기대하는 분야는 음원 등 로열티 매출이다. 2016년 64억원에 불과했던 음원 로열티 매출은 지난해 153억원으로 뛰었다.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음반 및 굿즈와 달리 음원은 한번 내놓으면 영구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이다. 빅히트엔터 측은 “빌보드 1위에 오르면서 해외 K팝 팬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순히 매출 규모 등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수익성 및 매출 다변화 같은 질적 성장도 동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