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은 심장에 치명적… 심혈관질환 사망 12%는 흡연 때문"
“흡연은 폐뿐만 아니라 심장, 혈관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방한한 마크 아이젠버그 캐나다 맥길대 의과학 교수(사진)는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연 치료와 심혈관 질환’ 간담회에서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5월31일을 금연의 날로 정하고 담배의 위험성과 금연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 주제는 ‘담배와 심장 질환’으로 흡연이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심장학 전문가인 아이젠버그 교수는 20여 년간 심근경색을 경험한 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금연 연구를 해왔다.

그는 “심장과 혈관은 흡연으로 손상될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중 약 12%는 흡연과 간접흡연에 기인한다”며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혈관 수축 작용과 혈압 상승을 일으켜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말초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이 심혈관질환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관상동맥질환 환자가 금연할 경우 사망 위험률이 36% 감소한다”며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필수적으로 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캐나다에서 성공한 ‘오타와 모델’을 소개했다. 오타와 모델은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기본 문진표에 흡연 여부를 묻는 질문을 추가하고 7일 이내 흡연했다면 의료진이 상담 후 금연을 권유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오타와 모델은 모든 환자에게 흡연에 대해 30초 동안 질문하고(ask), 2분간 조언하고(advise), 행동(act)하는 ‘3A’ 원칙이 기본”이라며 “이처럼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흡연율이 급격히 낮아졌고 미국에서도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일부 흡연자에게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고 잘못 인식되고 있는데 담뱃잎에는 발암물질이 많기 때문에 직접 태우지 않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많다”며 “금연을 위한 용도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유형의 담배가 계속 나오면서 젊은 세대들이 담배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는 게 문제”라며 “니코틴 중독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금연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