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반 만에
33개 입주社 몸값 224억
민간기업 십시일반 출연
정부규제 없어 창의성 발휘
'고질병' 학과 칸막이 사라져
타 대학 학생까지 팀 합류

공대 아닌 경영대 스타트업

스타트업스테이션이 타 대학 창업센터와 다른 점은 민간기금으로 출발했다는 데 있다. 경영학과 동문인 이상일 일진그룹 회장,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이 각각 20억원과 15억원을 기부하면서 기금이 모였다. 이후 동문 지원이 늘어 기금은 10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부당지원 등 비리를 막기 위해 규제가 까다로운 정부 지원금에 비해 민간 지원금은 창업팀을 자유롭게 도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창업지원센터장을 맡은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같은 과 김희천, 유시진 교수가 각각 창업연구원장, 에듀케이션센터장을 맡아 스타트업스테이션을 출범시켰다.
지원금 규제에서 자유로워지자 학내 창업센터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됐던 학과·학교 간 칸막이가 사라졌다. 팀원 중 고려대 경영대생이 한 명만 있어도 센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자연스레 학과·학교 간 시너지가 났다. 신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 학생이 기획해 연세대 공대 학생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홍익대 미대 학생이 디자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탈잉이 대표적인 사례다. 팀원 중엔 고려대생뿐 아니라 경북대, 이화여대 학생도 있다.
미국 투자가도 자금 지원
평균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스타트업은 이곳에서 팀별 최대 500만원의 운영비용과 사무 공간을 제공받는다. 경영대 교수진에게 네트워킹과 홍보, 마케팅 서비스와 관련된 상담도 할 수 있다. 세무, 법률 등 지원이 필요할 땐 고려대 경영대가 제휴를 맺은 김앤장법률사무소, 삼일회계법인이 도와준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 등 선배 창업가들의 특강도 열린다.
성공 사례 역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촬영 부탁 카메라 앱(응용프로그램) ‘소브스(SOVS)’는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 뒤 1주일 만에 ‘구닥’을 제치고 다운로드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다른 사람이 자기 사진을 찍어줄 때 마음에 안 들어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데 착안해 실루엣으로 구도와 피사체 위치를 알려주도록 개발한 앱이다. 실패한 게임을 컨설팅해 재출시하는 ‘솔깃’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이용자 2만 명을 확보한 뒤 작년엔 미국에도 진출했다.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메신저 등에 이모티콘을 제공하는 스티팝은 지난달 미국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스에서 투자를 받았다.
스타트업스테이션은 아이디어가 있는 팀을 잘 키워서 액셀러레이터에 연결해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 위해 출범했다. 대학 내 창업센터에서 실제 기업이 탄생하는 사례는 드물다. 스타트업이 창업해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이 되려면 인큐베이터부터 여러 단계의 액셀러레이터를 거쳐야 한다. 제대로 된 기업 모습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액셀러레이터는 국내에 많지만, 아이디어 단계인 팀을 스타트업으로 키워주는 인큐베이터는 많지 않다는 게 스타트업스테이션 측 설명이다.
이수빈/임락근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