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이운재-박지성-구자철 이어 월드컵 대표팀 '완장'
신태용 감독 취임 후 손흥민 등 후배에 '형님 리더십' 발휘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기성용(29·스완지시티)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신태용호의 '캡틴'으로 선수들을 이끈다.

기성용은 신태용 감독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대표팀의 주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

아직 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가 아닌 소집명단(26명)이라서 주장과 부주장 공식 임명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신태용 감독의 믿음을 받아 주장으로 활동해왔던 기성용이 대표팀 소집과 함께 자연스럽게 '캡틴'을 맡게 됐다.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출정식에서도 사회자로부터 '신태용호의 캡틴'으로 소개됐다.

기성용의 주장 선임은 예상된 것이었다.

지난 2014년 10월 14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처음 캡틴을 맡았던 기성용은 대표팀의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지난 3월 28일 폴란드전까지 A매치 33경기에서 주장으로 출장했다.
현역 국가대표팀 가장 많은 A매치 99경기에 뛴 신태용호의 핵심인 데다 대표팀의 주축인 손흥민(26·토트넘)과 황희찬(22·잘츠부르크) 등 해외파 선수들을 이끌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그라운드 안에서 '형님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귀띔이다.

기성용은 오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 평가전 때 한국 선수로는 14번째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에 가입한다.

기성용을 도와 선수들을 이끌 부주장은 최종 명단이 발표된 후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역대 10차례 월드컵에서는 출전 시간이 많고, 대표팀 전력의 주축인 선수들이 캡틴으로 나서곤 했다.

한국축구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에 얼굴을 내민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는 수비수였던 주영광이 주장을 맡았다.

이어 1986년 멕시코 대회 미드필더 박창선,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수비수 정용환, 1994년 미국 대회 골키퍼 최인영, 1998년 프랑스 대회 수비수 최영일이 각각 주장으로 활동했다.

주장으로 가장 유명한 건 한국축구 사상 첫 4강 신화를 창조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영원한 캡틴'으로 불린 홍명보 현 축구협회 전무다.

강한 카리스마가 트레이드마크인 홍명보 전무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월드컵 16강 진출자 병역 특례'를 건의하고, 선수들의 포상금 균등 배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골키퍼 이운재가 '그라운드의 지휘자' 역할을 했고,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를 이룬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는 박지성이 선수들을 대표하는 얼굴로 활동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이번 대표팀에도 소집된 '홍명보의 아이들'의 대표 주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주장으로 낙점됐다.
이어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는 신태용호에서는 기성용이 캡틴으로 내정됐고, 염기훈(35·수원)과 이근호(33·강원) 등 베테랑 선수들이 부상으로 잇달아 낙마하면서 기성용의 어깨가 더욱 무겁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