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축제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해 서울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울트라뮤직페스티벌 코리아’ 공연 모습.
야외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축제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해 서울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울트라뮤직페스티벌 코리아’ 공연 모습.
음악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5월로 접어들면서 포크와 재즈 등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봄맞이 야외 공연이 하나둘 음악 팬들을 찾고 있다. 빠른 박자의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과 힙합 페스티벌도 해마다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반면 페스티벌의 효시였던 록 페스티벌에 대한 인기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포크·재즈 페스티벌의 계절, 5월

봄을 대표하는 야외 페스티벌은 단연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이다. 오는 19~20일 이틀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서재페는 올해로 12회를 맞는 국내 최대 재즈 공연이다. 첫 내한공연에 나서는 로린 힐과 제시 제이를 비롯해 아이언&와인, 프렙 등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 40팀이 출연한다. 재즈에만 국한하지 않고 에픽하이, 넬, 혁오, 로이킴 등 대중성 있는 국내 뮤지션도 참여해 일반 관객까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상암동 난지한강공원에선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8’이 서재페와 같은 기간에 열려 자웅을 겨룬다. 2010년 시작해 올해로 9회째를 맞는 그린플러그드는 어쿠스틱(기타 반주 기반의 음악)부터 힙합까지 여러 장르를 선보이는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신스팝 밴드인 글렌체크부터 이승환, 자이언티,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로 큰 사랑을 받은 넉살과 딥플로우 등이 무대에 선다.
막오른 야외 페스티벌… EDM '뜨고' 록은 '지고'
◆EDM·힙합 ‘이젠 우리가 대세’

록 대신 EDM과 힙합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세계적 경향이 국내 페스티벌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7회를 맞이한 국내 EDM 대표 페스티벌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코리아’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다. 다음달 8~10일 열리는 공연엔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2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곡 ‘클로저(Closer)’로 EDM과 팝의 경계를 허문 체인스모커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아티스트인 제드 등 전 세계 EDM 거물들이 한국을 찾는다.

이보다 2주 앞선 이달 26일부터 이틀간 서울 신천동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선 ‘2018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월디페)’이 개최된다. 세계 최대 페스티벌 기획사인 네덜란드의 ‘큐-댄스’와 제휴해 매년 음악, 조명, 레이저를 하나로 결합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클럽 공연 위주였던 힙합도 대형 페스티벌 문화로 바뀌면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4월 관객 7000여 명의 호응 속에 마무리되며 대표 힙합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 페스티벌’과 올해 2월 첫선을 보인 ‘르 그랜드(Le Grand) 힙합 페스티벌’, 오는 6월16일 수원에서 열리는 ‘스카 슈퍼 스웨그(SKA Super-Swag) 페스티벌’ 등도 주목받는 대형 힙합 공연이다.

◆인기 시들한 ‘록 페스티벌’

야외 페스티벌을 상징했던 록 페스티벌은 움츠러들고 있다. 2009년 시작해 매년 열렸던 국내 대표 록 페스티벌인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이 올해는 관객을 찾지 않는다. 주최 측인 CJ E&M 관계자는 “내부적인 논의 끝에 페스티벌을 열지 않기로 한 대신 페스티벌에 대한 전체적인 시장환경이나 대중의 관심 정도를 다각도로 점검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록 음악의 인기도 주춤하고 있다.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은 지난해 EDM과 힙합 뮤지션들을 라인업에 포함하고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전년(9만여 명) 대비 33% 급감한 6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한때 시티브레이크(2013~2014년), 슈퍼소닉(2012~2014년) 등 수도권에서만 다섯 개가 넘는 초대형 록 페스티벌이 격돌할 정도로 국내 록 페스티벌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지만 대부분 4~5년 전 사라졌다. 올해는 8월에 열릴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만이 명맥을 이어갈 예정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