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부터 방영되는 넷플릭스 첫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제작발표회에서 이광수(왼쪽부터) 김종민 유재석 박민영 세정 세훈 안재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오는 4일부터 방영되는 넷플릭스 첫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제작발표회에서 이광수(왼쪽부터) 김종민 유재석 박민영 세정 세훈 안재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첫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를 오는 4일부터 방영한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제작해 국내 영화 시장을 공략한 데 이어 예능, 드라마 등 방송 분야로 영역을 본격 확장하는 것이다. 10회분을 통째로 미리 만들어 국내 예능제작 시스템과 관행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예능이 넷플릭스가 나오는 세계 190개 나라, 1억2500만 명의 시청자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한류의 새 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사전제작으로 예능 완성도↑

‘범인은 바로 너!’는 넷플릭스가 2016년 1월 한국 진출 이후 2년 만에 처음 자체 제작한 예능이다. 그동안은 ‘효리네 민박’ ‘아는 형님’ 등 기존 TV 예능 판권을 사들여 공급하는 정도였다.

한국 예능시장 뛰어든 넷플릭스, 성공할까
이 작품은 서로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7명의 허당 탐정단이 에피소드마다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 예능이다. 한국 대표 개그맨 유재석을 포함해 안재욱, 김종민, 이광수, 박민영, 세훈(엑소), 세정(구구단)이 출연한다. SBS 예능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을 제작한 조효진, 장혁재, 김주형 PD가 연출을 맡았다. 매주 2편의 에피소드를 5주에 걸쳐 공개한다.

기존 예능과 가장 다른 점은 모두 미리 만든다는 것이다. 30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서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조효진 PD는 “기존엔 국내에서 예능을 사전 제작하기 쉽지 않았다”며 “이번 작품에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품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수 있었으며 연출자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해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유재석은 “스토리와 상황에 빠져 드라마처럼 촬영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예능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예능계의 제작 방식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국내 예능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굴러가는 방식이라 높은 완성도를 갖추기 힘들었다”며 “이 작품은 처음부터 완결된 상태에서 공개되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갖춘 작품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방식이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넷플릭스, TV 대체재를 넘보다

이를 기점으로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처럼 TV 대체재로서의 역할까지 넘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예능을 꾸준히 자체 제작하는 것은 물론 드라마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도 연내에 잇따라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작품들이 손쉽게 해외에 소개되는 기회가 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 김주형 PD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공개된다는 건 연출가에게 새로운 도전”이라며 “한국적인 블랙코미디에 추리 설정을 더해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유재석과 같은 개그맨 들도 미스터 빈이나 찰리 채플린 같은 명확한 캐릭터를 세계적으로 구축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