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을 압박하는 데 이만한 카드가 없다는 조언을 듣고서다.

미국은 다음주 초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1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유화 발언으로 잠시 잦아들던 미·중 통상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中 몰아붙이려… 'TPP 재가입' 또 꺼내든 트럼프
TPP는 애초 미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탈퇴를 선언하자 지난달 8일 미국을 빼고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린 농업지역 주지사 및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존 튠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 등이 “중국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중국의 역내 경쟁국들과 거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TPP 재가입 검토를 주문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TPP라는 강력한 경제동맹체를 통해 교역과 안보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더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다면 TPP에 재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더 강한 압박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확실한 항복을 받아내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지난 10일 보아오포럼에서 자동차 수입 확대, 금융시장 추가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유화 메시지를 내놨지만 미국의 통상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USTR이 다음주 초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1000억달러어치의 중국 수입품 목록을 공개할 예정이라는 WSJ 보도도 나왔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추가 품목을 발표하면 중국도 보복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미국은 아울러 6월까지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제한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지지부진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NAFTA 회원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모두 TPP에 가입했다. 인터넷 정치매체인 악시오스는 “TPP 재가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완전히 뒤집는 행위”라며 “그가 TPP 재가입에 얼마나 진지한지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