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따지는 소비자에 안성맞춤
옛 스타일 인테리어는 매력 반감

SM5는 어느새 출시 20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SM6가 르노삼성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이제 SM5를 누가 탈까 싶지만 아직도 구매자는 많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차를 빌려 타봤다.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를 다녀오는 약 400㎞ 구간을 달렸다.
시승에 앞서 운전석에 앉았더니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예전 스타일 그대로다. 최신형 세단과 비교하면 무척 촌스러웠다. 요즘 신차에 찾아보기 힘든 CD플레이어도 들어가 있다. 태블릿PC가 차 안에 탑재되는 시대를 감안하면 '아날로그형' 차라 할만하다.
앞부분 외관은 SM6와 닮았지만 실내는 큰 변화가 없다. 버튼식 자동주차 기능이 보편화된 시기에 파킹브레이크는 사이드브레이크가 달렸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에도 버튼은 고작 2개 뿐.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인테리어는 '곰탕' 같았다. 만일 8인치 내비게이션이라도 없었다면 기분이 상했을 듯 싶다.
그런데 중형 승용차 가격이 2200만원이 넘지 않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산 중형차는 8인치 내비게이션과 가죽시트, 운전석 전동시트, 자동주차브레이크 등 일부 선택품목(옵션)을 추가하면 적어도 3000만원은 줘야 한다.
시승 차량은 '실속'을 추구했다. 주행시 경보음 등의 첨단 장치는 없었다. 반면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 가죽시트, 열선·통풍시트, 운전석과 조수석 자동시트조절장치, 크루즈컨트롤 등 운전자 사용이 잦은 편의사양만 갖췄다.

운전 중엔 계기판에 '에코' 버튼이 항상 떠있다. 초록색 에코는 급가속을 하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주행모드 전환 기능은 없다. 가속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속주행이 가능한 크루즈컨트롤과 주행속도를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제한할 수 있는 스피트리피터 기능은 탑재됐다.
기능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차 안에 장착된 버튼 수도 적다. 때론 너무 많은 기능이 운전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SM5는 운전자들이 자주 쓰는 기능만 넣어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에 다가갔다.

SM5 클래식은 단일 트림으로 나왔다. 2195만원. 옵션 상품은 없다. 썬루프가 없는 것도 그런 이유다. 준중형 아반떼에 8인치 내비게이션, 가죽시트, 운전석 전동시트, 열선·통풍시트를 추가했을 때 가격보다 쌌다.
지금의 승용 세단 시장은 첨단 주행장치와 편의기능으로 무장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자주 써보지 않는 비싼 기능을 잔뜩 넣어 차값을 올리는 시대다. 그러나 SM5 가격은 정직하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