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징세 리스트·세율 공개 안 돼…무역전쟁 발발해도 국지전에 그칠 듯"
인민일보 "가장 피해보는 건 美 글로벌 기업"…애플·보잉·인텔 등 거론
[미중 무역전쟁] 중국 전문가 "무역전쟁 아직 시작 아냐…구체적 조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을 열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아직 발발한 것은 아니라고 중국 경제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센터(CCG) 허웨이원(何偉文) 고급연구원은 24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 이같이 주장했다.

허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의 무역 조치 발표와 실행 과정을 보면, 정확하게는 아직 중미 무역전쟁은 발발한 것이 아니다"며 "미국은 5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미국 측은 아직 구체적인 리스트나 세율을 밝히지는 않았다"면서 "징세 행위 역시 아직은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미국의 301조 조사에 따른 제재에 대응해 구체적인 조처를 한다 해도 무역전쟁은 국지전일 뿐이지 전면전으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고 예측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은 '윈-윈(win-win)' 원칙으로 무역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이 자기 고집대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리융(李永) 중국국제무역학회 중·미·유럽 경제 전략연구센터 공동주석은 "미국이 만약 일방적인 무역 보호주의 조처에 나선다면 중미 양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 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이미 미국 45개 산업 단체들도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롄핑(連平) 중국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수석 경제학자는 미국이 실제 무역전쟁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처를 한다면 중국도 여러 반격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농산품과 운수 설비(항공기, 자동차), 서비스 분야의 대(對)중 수출 의존도를 고려하면 중국도 반덤핑 관세나 관세 인상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미국이 실제로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중미와 세계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면서, 중국 역시 미국의 공격에 맞설 치명적인 반격 수단을 갖고 있음을 암시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조처는 우선 중국 인민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둘째로 미국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세계 모든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무역전쟁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역전쟁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은 어떠한 도발에도 맞설 능력과 자신이 있다"고 역설했다.

인민일보는 이어 "무역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애플, 보잉, 인텔 등 미국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중국 시장 의존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또 옥스퍼드 경제연구센터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한 가정당 850달러(91만원 상당)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도 이날 사평(社評)에서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조처에 맞서 30억 달러(3조2천억원 상당)의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중국의 반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최종적인 보복 조치의 총액은 미국과 대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중국과 같은 발전 속도가 비교적 빠른 국가들을 위협해 경제자원과 기회를 미국에 양보하게 해 미국의 영구적인 강함을 실현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 중국 전문가 "무역전쟁 아직 시작 아냐…구체적 조치 없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