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공급과잉 해소 조짐
초대형유조선 척당 200만弗↑
후판가격 인상이 '변수'
t당 5만원 오르면
조선업계 2250억 원가 부담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조선업체 수가 2009년 931개에서 올해 300개로 9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올해부터 선박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기가스 규제는 노후 선박 폐선과 친환경 선박 발주를 가속화해 ‘수주가뭄’에 시달려온 업계의 숨통을 터줄 전망이다. 선박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 수익성 회복의 핵심 변수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선박용 철판(후판) 가격 인상은 당장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박가격 회복될까
영국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유조선 가격은 2014년 1분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가 올 들어 4년 만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초대형유조선(VLCC) 가격은 척당 8500만달러로 지난 1월보다 200만달러 상승했다.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가격 역시 1월 5600만달러에서 이달 초 5750만달러로 110만달러 올랐다. 두 선종 모두 지난달부터 매주 10만~50만달러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선은 2016년 9월 이후 1년 반 만에 지난달 가격이 75만달러 올라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도 전월보다 1포인트 오른 127을 기록했다. 선가지수는 2017년 3월 이후 2~3개월 단위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선박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른 영향도 크다”며 “선주들이 선가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일감이 없어 ‘적자 수주’라도 해야 했던 조선업계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가격 수준으로는 아직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 VLCC 가격은 역사적 고점인 2008년 9월(1억62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16년 수주 절벽의 여파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올해도 영업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올해 고강도 인건비 절감과 자산 매각 등으로 위기를 돌파하기로 했다.
후판 가격 인상 변수
국내 철강사들은 3~4월 후판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조선업계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t당 50만원대 후반인 현 가격에서 약 15% 오를 가능성도 있다. 후판 가격 인상은 장기적으로는 선박 가격 상승을 유도하지만 당장 조선업계의 수익성에는 치명적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조선소의 후판 예상 소요량은 약 450만t으로 t당 5만원 인상 시 2250억원의 원가 부담이 예상된다. VLCC 한 척을 건조할 때 15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조선사는 지난 2년간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도 철강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후판 가격 인상을 수용했으나 더 이상의 인상은 감내할 수 없다”며 “철강업계가 상대적으로 고용 파급 효과가 큰 조선업체를 위해 인상을 미뤄달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