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북지방경찰청은 ‘좋은 재테크를 알려주겠다’며 주부를 대상으로 사기를 친 A씨(32) 등 3명을 검거했다. 경찰이 밝힌 피해액은 5억원 정도지만 실제 이들의 사기 규모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범인들은 수익금을 차명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범죄수익금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향후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는 규모도 한계가 생긴다. 이런 불상사를 줄이기 위해 경찰이 ‘범죄수익 추적수사팀’을 만들었다.
출소 뒤 범죄수익으로 떵떵거리는 일 없어질까
◆“한 푼도 남김없이 찾아낸다”

경찰청은 금융·회계분석 전문가로 이뤄진 ‘범죄수익 추적수사팀’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12일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11일 발표했다. 12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은 일선 경찰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팀에 합류해 분석 업무를 담당한다. 주된 역할은 금융계좌 분석, 회계·세무 분석, 기업 압수수색 현장 지원, 범죄수익 임의 처분을 막을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단계에서 꼼꼼하게 범죄수익을 찾아내 기소 전 몰수보전을 해놔야 재판 과정에서 집행이 원활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 도박·성매매·뇌물수수·배임·횡령 등 물밑에서 현금이 오가는 범죄는 수익금을 찾아내기 힘들다. 2011년 일어난 ‘김제 마늘밭 100억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마늘밭에서 우연히 발견된 100억원이 알고 보니 수감된 도박사범이 숨긴 범죄수익금이었던 것. 이런 경우 실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익금은 기껏해야 현장에서 압수한 장부나 범인 명의 계좌에 남아 있는 돈 정도다. 검거되더라도 징역 몇 년 살고 나와 차명계좌 등에 빼돌린 범죄수익금으로 사는 게 이득이다 보니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檢은 ‘3%대 범죄수익 환수율’ 높이기

경찰은 시범 운영 결과를 분석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해 전국에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해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범죄수익 환수뿐 아니라 대형 경제·기업범죄 등 주요 범죄에 대한 수사역량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범죄수익 환수에 대한 의지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대검은 지난달 12일 범죄수익환수과를 신설했다. 이는 중앙지검의 범죄수익환수부 등 전국 각 청의 범죄수익환수 담당 검사 업무를 총괄한다. 3%(2016년 기준)에 불과한 범죄수익환수율을 끌어올려야 비슷한 범죄를 예방할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초동수사 단계에 집중하는 경찰과 달리 검찰은 재판 후 형이 확정된 상태에서 몰수보전을 집행하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순실 씨 은닉재산 환수와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 작업이 대표적이다. 제도 개선과 입법 업무도 담당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범죄수익을 숨기는 등 갈수록 전문화·국제화하는 은닉 수법에 대해 법리 검토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 밖에 범죄수익 환수 업무 노하우를 관리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검사와 수사관을 교육·양성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