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연주 경험이 베를린필 입단 큰 도움"
“베를린필하모닉과 연주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잘 믿기지 않습니다. 음악 인생에서 목표로 삼아온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하게 돼 꿈만 같고 행복합니다.”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는 베를린필하모닉에 입단한 비올리스트 박경민(28·사진)은 6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박경민은 지난달 15일부터 베를린필 수습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 바이올리니스트 홍나리 이후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다.

13살에 독일 유학길에 오른 그는 2013년 독일 ARD 국제콩쿠르에서 2위와 청중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빌라무지카 독일음악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도 밟았다. 지금도 베를린에 머물며 베를린필과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입단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지난해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끈 베를린필의 아시아투어에 객원 단원으로 참여해서다. 아시아투어 중 11월의 내한 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객원 단원이 투어를 함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리고 투어 한 달 뒤 비올라 단원 선발 오디션에 응시해 50명 중 1위를 차지했다.

객원 연주 경험은 오디션은 물론 입단 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객원 연주를 하면서 베를린필이 추구하는 음악적 성향과 소리를 파악할 수 있었죠. 단원들이 아름다운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연주하고 있어 많이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힘든 과정이다. 수습 기간 2년이 지난 뒤 베를린필 전체 단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종신 단원이 될 수 있다. 이는 매우 까다로운 관문으로 알려져 있다. 피콜로 연주자 중 마음에 드는 이가 없어 10년 동안 종신 단원을 뽑지 않고 공연 때마다 객원 단원을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수습 기간이 끝나고 최종 절차를 통과하면 한국인 최초의 베를린필 종신 단원이 되는 겁니다. 지금 수습 단원인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안주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연습해 한층 성숙해지고 싶어요.”

올해도 공연을 위해 한국 나들이를 한다. 그는 “아직은 베를린필 일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한국에 자주 못 가고 있다”며 “올여름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해 한국 관객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