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류옌둥 중국 부총리(왼쪽 두 번째)를 접견하면서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맨 오른쪽)을 소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도 적극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오른쪽 두 번째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류옌둥 중국 부총리(왼쪽 두 번째)를 접견하면서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맨 오른쪽)을 소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도 적극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오른쪽 두 번째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류옌둥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대화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과 한국이 함께 잘 설득해나가자”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공개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는 등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중재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 북·미 간 ‘중재외교’ 시동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영철 등 북 대표단과 1시간 진행한 회동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핵 동결→폐기’라는 자신의 2단계 북핵 해법 구상을 김영철 등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 해법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단계별 상응 조치를 협의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북측이 꺼릴 수 있는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북 대표단은 문 대통령의 비핵화 언급에 특별한 반응 없이 경청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고 북한 대표단도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북·미대화 위한 전방위 외교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해빙 무드’를 계속 살려나가야 하는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 어렵게 조성된 남북 및 북·미 대화의 동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상황이 이전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라는 두 개 의제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북한을 비핵화의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최대 과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의 비공개 접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남북대화의 과정은 나란히 진전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도 북·미 대화 성사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 또는 진정성을 표시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측은 북·미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비핵화 의제화 여부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의견을 내놓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이날 북측 대표단을 접촉하는 등 북·미 대화를 중재하기 위한 물밑접촉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북측 대표단과 오찬 회동을 했다. 오찬에는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배석해 북·미 대화를 위한 한국 미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이 의제로 올랐을 가능성도 예측된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한편 정 실장을 미국으로 보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상대로 한·미 공조 방향에 대한 조율에 나서도록 할 것으로 관측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