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10차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한국 대표팀의 막내 김초희(왼쪽 두 번째)와 주장 김은정(세 번째)이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10차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한국 대표팀의 막내 김초희(왼쪽 두 번째)와 주장 김은정(세 번째)이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초희! 초희! 초희!”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주장 김은정은 20일 미국과의 컬링 예선 10차전에서 막내 김초희의 이름을 연신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가 5엔드에 마지막으로 던진 스톤이 김초희의 스위핑을 거쳐 미국 스톤 두 개를 절묘하게 밀어낸 순간 관중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5엔드에서 불리하다는 선공을 맡은 한국이 후공인 미국에 무려 ‘4점’을 스틸해내는 순간이었다. 선공이 후공에 4점을 따낸 건 이번 대회에서 처음 나왔다. 이 득점으로 한국은 단번에 경기를 6-3으로 뒤집었다. 주장 김은정과 막내 김초희의 합작품이었다. 한국은 이후 엔드에서 미국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4강을 확정 지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이날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10차전에서 미국을 9-6으로 꺾고 파죽의 5연승을 거뒀다. 종합전적 6승1패로 1위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덴마크와의 남은 두 경기를 내리 져도 4강에 진출한다. 캐나다, 스위스, 영국 등 컬링 최강국을 연파하면서 오른 4강이라 더욱 값진 성과다. 이날 캐나다가 중국에 7-5로 패하면서 영국, 미국, 캐나다가 경쟁하던 4위 쟁탈전에 중국마저 뛰어들었다,

경기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4승3패로 이번 경기에서 지면 4강에서 탈락하는 상황이라 마지막까지 필사적이었다. 한국의 위기는 7엔드에 찾아왔다. 한국은 7엔드에서 1점을 내며 일부러 점수를 얻지 않는 ‘블랭크 전략’에 실패해 추격의 빌미를 줬다. 블랭크 작전은 한 엔드에서 양 팀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 다음 엔드에서도 공격 순서를 유지하는 컬링 룰을 이용해 이기고 있는 팀이 점수차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다. 1점을 냈지만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된 셈이다. 배수진을 친 미국은 8엔드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국을 7-6으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김은정이 9엔드에서 2점을 뽑아 미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여자 대표팀은 막내 김초희를 제외하고 경북 의성군 출신으로 중학교 때부터 아는 사이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친자매이고 김경애와 김선영, 김은정과 김영미는 친구 사이다. 네 명 모두 의성여고 동문이기도 하다. 주장 김은정은 ‘안경언니’, 세컨드 김선영은 ‘안경동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김초희는 2015년 경북체육회에 합류해 ‘팀 킴’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강호들에 아쉽게 지면서 ‘의외의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자대표팀의 김민정 감독은 “훈련 장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장비 구입 등을 위해 선수나 후원자들이 사비를 털어야 했다”며 “한국 컬링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한 소수 사람들의 스토리”라고 말했다.

4강 진출이 좌절된 남자 대표팀은 이날 예선 2위 스위스에 7-6 신승을 거뒀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