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인스탁스’ 시리즈는 복고적인 컨셉과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의 인기를 끌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필름의 감성을 부각하는 역발상이 먹힌 사례다.

그러나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 인화되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불편하다. 즉석카메라용 필름이 10장에 1만원이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유지비용 문제도 있다.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이하 SQ10)은 이런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보완한 기기다. 디지털 사진을 찍은 뒤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골라 인화할 수 있다. 손 안에서 즉석 사진관이 완성되는 셈이다. 인화된 사진을 보면 마치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다.

SQ10은 인스타그램 아이콘이 연상되는 정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촬영 버튼은 일반적인 카메라와 달리 전면부에 2개가 있다. 왼손잡이도 오른손잡이도 모두 ‘셀카’를 편하게 찍으라는 배려다. 다만 손에 확실히 쥘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촬영 시 다소 어색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손목에 스트랩을 착용하면 보다 안정감 있는 촬영을 할 수 있다.
사용법은 쉽고 간단했다. 전면 렌즈 부분을 돌리면 카메라가 켜진다. 뒷면의 버튼들은 비네트 효과, 필터, 노출 보정을 바로 할 수 있게 배치돼 있다. 후면의 다이얼로 세밀하게 노출을 보정할 수도 있다. 자동 초점, 노출 잠금 등의 기능도 탑재해 손쉽게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카메라 화질은 다소 아쉬웠다. SQ10은 370만 화소를 탑재했다. 최신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보다 화소 수가 떨어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10종의 필터와 보정 기능으로 재밌는 사진을 만들기엔 충분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한 색깔만 강조하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처리하는 ‘포인트 컬러’ 필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사진 두 장을 겹쳐 하나의 사진처럼 만드는 ‘이중 노출’ 모드는 친구와 함께 재밌는 사진을 연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은 화질보다는 ‘사진 찍는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손으로 사진을 만지며 친구와 함께 보는 재미는 디지털카메라가 주지 못하는 경험이다. 가격도 30만원대로 비싼 편은 아니다. 문제는 유지비다. 필름 10장에 1만5000원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다면 SQ10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를 잇는 매력적인 기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