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러시아' 택한 이유…폭행당하고 팀 해체됐을때 귀화제안 받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가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23일(한국시간) 러시아 스포츠매체 스포르트 엑스프레스와 타스통신 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만든 평창 출전허용 선수 명단에 빅토르 안이 빠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실태를 폭로한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 보고서에 빅토르 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보도를 접한 빅토르 안은 아직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러시아 RT방송은 말했다.
다만 빅토르 안과 함께 명단에서 제외된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는 자신과 빅토르 안의 도핑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리고리예프는 RT에 "쇼트트랙은 가장 깨끗한 스포츠다. 아무도 금지된 약물의 도움을 받아 기록을 향상하려고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리예프는 "비챠(빅토르의 애칭)는 그의 힘만으로 승리를 거뒀다"며 "보도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은 데뷔 때부터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며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한체대 출신이던 그는 비한체대 출신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견제당했고, 선배 선수가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자신에게 금메달을 양보하라는 승부 조작을 거절했다가, 헬멧을 쓰고 몇 시간 동안 구타를 당한 적도 있었다.
빅토르 안은 소속팀 해체와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져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으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3관왕을 휩쓸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빅토르 안은 다가오는 평창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가 이같은 출전선수 제외 소식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빅토르 안은 2015년 방송된 '휴먼다큐 사랑'에 출연해 러시아에 귀화하게 된 동기로 국내 쇼트트랙 비리 및 폭행 사건을 직접 전했다.
빅토르 안은 '안현수,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 편에서 귀화 비화와 러시아 생활, 그리고 아내 우나리와의 사랑을 공개했다.
그는 2005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당시를 회상하며 "(한 선배가 또 다른 선배의) 개인전 금메달이 필요하니 '1등 시켜주자'고 얘기하더라. 그러나 전 긍정도 부정도 안 하고 경기를 했다. 그냥 시합하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1등을 해야 한다는 선배가 뒤에서 나오면서 저한테 '야, 비켜'라고 말했다"며 "'이거를 막아야 되나?'하고 고민했다. 선배에게 길을 비켜주면서 무슨 정신이었는지 후배에게 '끝까지 타'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후배가 1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절정의 전력을 과시하며 국내선수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던 때 승부조작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
그러면서 선배의 폭력사태도 전했다. 안현수는 "선배가 집합을 시켰고 헬멧을 쓰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헬멧을 쓴 상태에서 머리를 때렸다. 나보다 내 후배가 2배는 더 많이 맞았다"고 전했다.
안현수는 이후 부상 탓에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고 파벌 논란이 일었다. 빅토르 안은 2008년 부상과 팀의 해체로 하루아침에 세계 챔피언에서 백수가 됐다. 안현수는 돌연 2011년 러시아로 귀화를 선택하며 국내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