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역사 직시해야 교훈 얻어" 질타
중국도 '역사교과서 논쟁'… 새 교과서 문화대혁명 비판 삭제
중국 현대사 최대의 재앙으로 평가받는 문화대혁명을 놓고 중국에서 역사교과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빈과일보가 12일 보도했다.

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교육출판사가 발행하는 중학교 '중국역사' 교과서에서 문화대혁명과 관련된 기술이 상당히 축소되고, 남아있는 부분에서도 문화대혁명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사라졌다.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는 옛 교과서와 새 교과서를 대조한 사진이 올라오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옛 교과서를 보면 '마오쩌둥(毛澤東)은 당 중앙이 수정주의로 기울고, 당과 국가가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위험에 직면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새 교과서는 '마오쩌둥은 당과 국가가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위험에 직면했다고 생각했다'고 기술해 마오쩌둥을 비판하는 부분을 삭제했다.

또한, '세상에는 순조롭기만 한 일은 없으며, 세계 역사는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으며 전진한다'는 구절을 첨가해 문화대혁명을 애써 옹호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

문화대혁명을 다루는 단원의 제목도 '문화대혁명 10년'에서 '힘든 탐색과 개발의 성과'로 바뀌었으며, 그 분량도 대폭 축소됐다.

문화대혁명은 중국 사회의 불순한 요소를 제거하고 건국 초기 혁명 정신을 되살린다는 취지로 1966년 시작됐지만, 홍위병이 주도하는 극좌적 운동으로 흘러 공식 통계로만 17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사를 불렀다.

이 기간 모든 학교가 문을 닫고 공장 가동을 중단한 채 극도의 사회적 혼란과 경제 파탄이 일어났다.

중국 공산당조차 1981년 문화대혁명에 대해 '당과 국가, 인민에게 가장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안겨준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라는 공식 평가를 했을 정도다.
중국도 '역사교과서 논쟁'… 새 교과서 문화대혁명 비판 삭제
논란이 커지자 인민교육출판사는 10일 성명을 내고 "새 교과서는 여전히 문화대혁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세 쪽에 걸쳐 문화대혁명을 다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인민교육출판사의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질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어떻게 문화대혁명이 '힘든 탐색'이나 '개발의 성과'가 될 수 있느냐"며 "학생들을 위한 역사책을 편찬할 때는 기본적인 내용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꾸짖었다.

다른 네티즌은 "역사를 직시해야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나온다면 어떻게 일본의 과거사 미화를 비판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일부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중국 공산당의 최대 오류로 평가받는 문화대혁명에 대한 지나친 비판을 삼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2013년 12월 열린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좌담회에서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역사적 위업을 전적으로 부인하거나 지워버릴 수 없다"며 "오늘날의 조건과 개발 수준, 인식으로 우리 이전 사람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