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권, 결국 경찰로 넘어간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관련 당사자들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조만간 관련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기능 약화 우려와 함께 경찰 조직 비대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 난관이 예상된다.

◆대공업무 경찰 이관으로 가닥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방안에 동의한다고 9일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수사권 이관은 국정원이 결정할 사안은 아니나 대통령 공약대로 이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국가경찰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국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국정원은 지난해 11월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원법 개정안에서 과거 대공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증거조작 등에 대한 반성과 함께 국정원이 보유한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이관하거나 폐지하도록 건의한 바 있다. 안보수사청을 신설하거나 법무부·총리실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설치하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결국 경찰로 넘어가게됐다.

국정원 입장 발표에 이철성 경찰청장은 “향후 보안경과제를 강화하고 전문수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안보수사 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며 “대공수사권 이관을 계기로 그간 추진해온 경찰개혁에 박차를 가해 안보수호에 조금의 빈틈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안보수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대표로 이뤄진 경찰위원회가 경찰행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도록 할 것”이라며 “외부 통제기구인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국정원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이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10일 대표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이에 대해 “국정원의 역량이 약화될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조직개편·불신 등 난관 첩첩산중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갈 경우 조직개편이 필연적이지만 이는 간단치 않다. 문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대공수사권 이관의 전제 조건은 자치경찰제 시행이다. 정부 정책과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2019년까지 국가안보 및 공안 범죄·전국단위 범죄·국제범죄 등을 다루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을 분리하기로 했지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반발이 거세다. 경찰은 우선 기존 보안국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자치경찰제는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수사권이 조정되지 않은 채 자치경찰이 시행될 경우 자치경찰을 통솔하는 지자체장이 검찰 지휘를 받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약대로 대공수사권을 국가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이 이어받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산부터 넘어야 한다.

경찰의 대공수사 업무 능력과 경찰권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경찰이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유일한 기관으로 남는데 대한 부담 역시 크다. 국정원 내 대공수사 인력을 경찰로 보낼 경우 인력 증원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