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 비판에 설치 중단키로
중국의 공중화장실은 악취와 불결함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악명이 높았다. 칸막이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화장실이 허다했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화장실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공중화장실이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 국가관광국은 2015년 4월부터 3개년 계획을 세워 200억위안(약 3조28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현대식 화장실 7만여 개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5성급 호텔 화장실에 버금갈 정도의 호화 공중화장실이 곳곳에 지어졌다. 지난해 충칭시 시우후공원에 들어선 화장실에는 TV를 비롯해 와이파이 장치, 휴대폰 충전기, 분수, 자동 구두닦이 기계 등이 갖춰져 있다. 충칭시는 이 화장실을 설치하는 데 100만위안(약 1억6000만원)을 들였다. 쓰촨성 청두시의 한 관광지 화장실엔 소파, 냉장고,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이 구비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화 공중화장실 설치에 시민들은 “화장실은 본질적으로 화장실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5성급 화장실’ 설치를 중단하는 한편 쓰촨성 시안시에서 도입한 ‘화장실 책임자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SCMP는 “그동안 지방정부 관료들은 시 주석의 지시사항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실행에 나섰다”며 “호화 공중화장실 논란도 시 주석에 대한 충성 경쟁에서 빚어졌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