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현대중공업 등도 태양광 세이프가드에 충격
한국 정부 미온적 태도에 기업들 "도대체 뭐하나" 불만

◆“미국 통상압력 어떡하나”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2월께 세탁기 수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건설하고 있는 가전 공장 완공을 서두르고 있다. 가급적 내년 초에 완공해 매출 피해를 최소화하고 세탁기 부품의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부품 협력사들의 미국 동반 진출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 세탁기는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에서 전량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한·미 FTA의 수혜를 보기 어려운 여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전체 물량은 연간 1조원이 넘는다.
세탁기 뿐만이 아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는 또 이달 초 태양광 전지·패널 수입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제 권고안을 제출했다. 당초 태양광 전지와 패널은 세탁기와 달리 세이프가드 규제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 터라 국내 업계가 받는 충격은 컸다. 이에 따라 미국에 태양광 전지와 패널을 수출하고 있는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도 현지 로펌을 섭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 뒷짐에 기업들 불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들의 대응과 별개로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국내 기업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역촉진권한법(TPA)상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특별시장상황(PMS)’ 등의 조항을 활용한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AFA와 PMS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의 제조원가 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조치 중 하나다. 미국은 이들 조항을 근거로 한국산 철강과 변압기 등에 잇따라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거나 미국의 압박을 피해가기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미루는 이유가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 등을 고려해 통상압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것이 기업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부당한 압력에 대해서는 WTO 제소 등을 통해 강력하게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