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사진) 제작진을 검찰이 사건 접수 5년 만에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1부(부장검사 임현)는 이 전 대통령 양자인 이인수 박사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과 영상팀장, 다큐멘터리 감독을 상대로 고소한 사자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해 감독 김모씨(50)와 프로듀서 최모씨(50)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역사 다큐 형식으로 제작한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을 ‘악질 친일파’ ‘A급 민족반역자’ ‘하와이 깡패’ ‘돌대가리’ 등으로 평가해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92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맨(Mann)법 위반으로 체포, 기소됐다는 내용을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 일부 자료 화면을 합성하거나 미국 수사관들의 진술을 가짜로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외의 허위 내용들은 ‘의견표명’ 또는 ‘불(不)인지’를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다소 과장이나 공격적 표현이 있더라도 평가 내지 의견표명에 해당하거나, 허위성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맨법은 성매매, 음란행위 등을 한 이를 처벌하던 1900년대 미국법이다.

총괄책임자였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도 영상물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영상 제작이라는 기술적 부분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백년전쟁이 민족문제연구소 이름으로 배포된 만큼 임 소장이 허위 내용을 인지하거나, 최소한 그런 문제를 검토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는 상식적 반론이 제기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