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새 수장 키워드는…"올드보이·낙하산·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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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경제 관료 출신 '올드보이'가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다.
지난 7일 취임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1950년생으로 60대 후반이다.
적지 않은 나이일 뿐 아니라 2008년 장관급인 금융감독위원장을 끝으로 거의 10년간 관직을 떠나 야인 생활을 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손보협회장에 낙점되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여한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와 홍재형(79) 전 부총리 등도 각각 70대와 80대를 눈앞에 둔 올드보이다.
홍 전 부총리는 1938년생으로 20여년 전인 1994∼1995년에 부총리 겸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을 역임했고 이어 16∼18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김 전 총재는 행시 13회로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원 등을 거쳤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재무부 사무관으로 일할 때 홍 전 부총리가 재무부 장관, 김창록 전 총재가 고참 과장이었다.
이 밖에 생명보험협회장으로 거론되는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67)과 진영욱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66)도 오래전에 현직에서 물러난 재무부 출신이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최근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 구세대 인사들이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지금 핀테크 시대인데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은 20년 전에 금융을 담당했던 분"이라며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고 쓴소리하기도 했다.
해당 기관과 관련된 경력이나 전문성이 없지만 정권과 인연으로 선임되는 '낙하산' 인사도 주요 키워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오른 김성주 전 의원은 6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 자금 운용을 총 책임져야 하지만 금융권 경력은 없다.
김 이사장은 19대 국회에서 4년간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며 공적연금강화와 노후빈곤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내 국민연금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야당인 국민의당은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전문성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최대 인사참사이자 인사적폐"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행장 선임 중인 우리은행과 사장 인선을 시작한 증권금융, 코스콤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부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 이사장은 행시 27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지냈다.
거래소는 지난 8월 말 이사장 공모를 했다가 지원자가 충분하지 않다며 전례 없던 추가 공모를 했다.
이때 지원한 정 이사장은 문재인 캠프에서 몸담았던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경쟁에서 이겼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정 이사장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BNK금융지주 회장에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내정되자 금융권에서는 올드보이와 낙하산, PK 키워드를 모두 포함한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 회장(71)은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 고문이었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지냈지만 BNK금융과 인연은 없다.
BNK금융지주 핵심 자회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노조는 김 회장을 놓고 "낙하산 인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2일 "한국은 금융 후진국이라는 말이 많은데, 정권마다 금융기관 인사에 관여하는 것도 큰 원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