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위안화 국제화 성공하려면 '사드 보복'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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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전형적인 '테일 리스크'
시진핑, 위안화 국제화 최우선 추진
신흥국 중 한국 상징성 커 포함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시진핑, 위안화 국제화 최우선 추진
신흥국 중 한국 상징성 커 포함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동안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빠르게 해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기를 넘긴 통화스와프 협정이 극적으로 연장되고 2년 만에 국방장관 회담도 재개됐다. 각종 국내 행사에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잇달아 참가하고 있다. 화장품·자동차·면세점·여행업종 등 중국 관련 주식 가격도 일제히 반등하기 시작했다.
리스크 이론에서 사드 보복은 전형적인 ‘꼬리 위험(tail risk)’에 해당한다. 정치·경제·사회 현상은 특정한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鐘)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꼬리 위험이란 정규분포의 양쪽 끝 부문으로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위험을 말한다.
작년 7월 이후 사드 보복 피해는 의외로 컸다. 아모레퍼시픽 등 중국 관련 업체 주가는 평균 40% 이상 폭락했다. 현대자동차 등의 중국 판매액도 절반가량 급감했다. 많은 돈을 들여 중국에 투자한 기업도 철수했다. 유커의 한국 방문이 급감하면서 면세권을 어렵게 취득한 백화점업계는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피해액이 막대한 만큼 사드 보복이 풀린다면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18기 당 대회를 통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과 비교된다.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를 강조한 데 비해 시진핑 주석은 ‘대국굴기(大國起: 경제 위상을 널리 드높인다)’를 추구해 왔다.
대국굴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홍콩 딤섬본드 기채 허용 △동남아 무역 위안화 결제 △역외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주요국과 통화스와프 연중 체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중국형 국제결제시스템(CIPS) 구축 △위안화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 순으로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추진했다.
작년 말 기준 세계 실물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넘어 명실공히 미국과 함께 ‘G2 체제’(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차이메리카’라 부른다)를 구축했다. 하지만 무역 등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에서 위안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 과제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달러, 유로 등 선진국 통화는 국제결제와 각국 외환보유에서 위안화보다 높은 위상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 다툼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 추진 대상국은 신흥국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신흥국에서 한국의 위상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무역(수출+수입)규모 8위, 외환보유액과 시가총액은 각각 9위와 8위다. 20K-50M(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 명) 클럽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세계 모든 국가 중 10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형상 경제 규모만 따진다면 선진국이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 한국이 빠진다면 상징성이 크게 줄어들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스위트 스폿’이 빠진 던킨도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지난 통화스와프 협상이 어떤 반대급부 없이 연장된 것처럼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사드 보복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형성된 배경이자 근거다.
분위기와 여건도 좋다. 다음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 때 한국에 사드 배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드 보복을 철회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방중에 이어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중국 쏠림 정도는 지나치게 높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유커에 의한 윔블던 현상(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 선수인 영국인보다 외국 선수가 우승하는 횟수가 더 많은 것에 비유한 용어)’이 심하다. 최소자승법 등을 통해 2014년 12월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뒤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에 달할 만큼 높게 나온다.
사드 보복이 풀리는 것과 관계없이 한국 무역과 기업 진출에서 중국 쏠림 정도를 시급히 줄여나가야 할 때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유커 윔블던 현상도 완화해 나가야 한다. 그 방안만이 신냉전 시대에 자국의 실리 관계에 따라 한순간에 바뀌는 국제정세에서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리스크 이론에서 사드 보복은 전형적인 ‘꼬리 위험(tail risk)’에 해당한다. 정치·경제·사회 현상은 특정한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鐘)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꼬리 위험이란 정규분포의 양쪽 끝 부문으로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위험을 말한다.
작년 7월 이후 사드 보복 피해는 의외로 컸다. 아모레퍼시픽 등 중국 관련 업체 주가는 평균 40% 이상 폭락했다. 현대자동차 등의 중국 판매액도 절반가량 급감했다. 많은 돈을 들여 중국에 투자한 기업도 철수했다. 유커의 한국 방문이 급감하면서 면세권을 어렵게 취득한 백화점업계는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피해액이 막대한 만큼 사드 보복이 풀린다면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18기 당 대회를 통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과 비교된다.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를 강조한 데 비해 시진핑 주석은 ‘대국굴기(大國起: 경제 위상을 널리 드높인다)’를 추구해 왔다.
대국굴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홍콩 딤섬본드 기채 허용 △동남아 무역 위안화 결제 △역외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주요국과 통화스와프 연중 체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중국형 국제결제시스템(CIPS) 구축 △위안화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 순으로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추진했다.
작년 말 기준 세계 실물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넘어 명실공히 미국과 함께 ‘G2 체제’(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차이메리카’라 부른다)를 구축했다. 하지만 무역 등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에서 위안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 과제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달러, 유로 등 선진국 통화는 국제결제와 각국 외환보유에서 위안화보다 높은 위상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 다툼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 추진 대상국은 신흥국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신흥국에서 한국의 위상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무역(수출+수입)규모 8위, 외환보유액과 시가총액은 각각 9위와 8위다. 20K-50M(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 명) 클럽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세계 모든 국가 중 10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형상 경제 규모만 따진다면 선진국이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 한국이 빠진다면 상징성이 크게 줄어들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스위트 스폿’이 빠진 던킨도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지난 통화스와프 협상이 어떤 반대급부 없이 연장된 것처럼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사드 보복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형성된 배경이자 근거다.
분위기와 여건도 좋다. 다음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 때 한국에 사드 배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드 보복을 철회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방중에 이어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중국 쏠림 정도는 지나치게 높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유커에 의한 윔블던 현상(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 선수인 영국인보다 외국 선수가 우승하는 횟수가 더 많은 것에 비유한 용어)’이 심하다. 최소자승법 등을 통해 2014년 12월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뒤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에 달할 만큼 높게 나온다.
사드 보복이 풀리는 것과 관계없이 한국 무역과 기업 진출에서 중국 쏠림 정도를 시급히 줄여나가야 할 때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유커 윔블던 현상도 완화해 나가야 한다. 그 방안만이 신냉전 시대에 자국의 실리 관계에 따라 한순간에 바뀌는 국제정세에서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