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일본 현대미술가 구사마 야요이 '인피니티 넷'
일본 현대미술 거장 구사마 야요이(88)는 열 살 때부터 물방울이나 그물망을 모티브로 그림을 즐겨 그려 ‘땡땡이 무늬의 화가’로 불린다. 씨앗 판매 상점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심한 육체적 학대를 받아 환각 증세를 보였다. 1957년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도널드 저드,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등과 교류하며 작품활동을 했다. 1973년에는 일본으로 돌아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2013년 제작한 그의 점화 ‘인피니티 넷(Infinity Net)’ 시리즈는 정신분열증에서 비롯된 환영들을 검은색 ‘땡땡이 무늬’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크기가 비슷한 원형의 검은 반점 수만 개를 화면에 가득 채웠다.

그가 유독 그물망을 그림의 소재로 활용한 까닭은 뭘까? 구사마는 어려서 식탁보의 빨간 꽃무늬 패턴을 보고 나서 천장이나 창밖을 보면, 그 잔상이 외부로 계속 확장돼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어른이 돼서도 계속된 정신분열증에서 비롯된 환영들을 그물망 형태로 그려 관람객에게 자유로운 해방, 무한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기존의 회화적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의 잠재의식에 자리잡고 있던 무한의 세계를 추상미학으로 승화한 게 색다르게 다가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