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당이 제작한 이 그림은 추운 겨울에 말을 타고 매화를 찾아 나선 선비의 고상한 자태를 묘사한 채색화의 수작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장안(長安) 동쪽에 있는 파교를 건너 눈 덮인 산에서 매화를 찾아다녔다는 고사를 소재로 삼았다. 조선 남종화의 창시자로 알려진 현재 심사정과 19세기 활동한 소림 조석진이 그린 동명 작품 ‘파교심매도’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말을 탄 선비와 추운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매화, 설산을 세필기법과 부드러운 색채로 잡아냈다. 긴 화면을 따라 배치한 소재들의 구성미도 돋보인다. 화면에 넘치는 가파른 계곡은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곡선미와 율동미를 보여준다. 이제 막 파교에 들어선 선비는 기대와 설렘에 길을 재촉하지만 추운 겨울 억지로 따라나선 하인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